삼성생명 "지연이자 얹어 2∼3개월 내 지급"…한화·교보 촉각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할 금액이 1인당 70만원 안팎으로 잠정 추산됐다.

애초 예상 금액과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돼 집단소송이 제기되거나,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법정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5만5천명에게 줄 금액을 계산하는 산출 시스템을 구축, 2∼3개월 내 지급을 마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을 위해 쌓는 준비금까지 모두 가입자에게 돌려주라는 금융감독원 권고는 거부했다. 대신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금감원 권고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사업비 등을 뗀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곱하고 준비금을 빼 가입자별로 제시한 금액(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보다 실제 지급액이 적으면 그 차액은 메워주기로 했다.

비록 예상치지만 '매월 최소 이 정도는 받을 것'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고객 보호 차원에서 돈을 주겠다는 게 삼성생명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차액에 가입기간을 따진 '지연이자'를 함께 주기로 했다. 2∼3개월로 예상되는 지급 소요 기간도 이자 계산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1인당 지급액은 금감원 권고(4천300억원, 1인당 780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5만5천명 대부분이 370억원을 나눠 갖는다는 게 현재 추정이다. 1인당 약 70만원 꼴이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을 상대로 집단분쟁·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최초 민원인은 삼성생명이 지난 2월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함에 따라 요구 금액을 모두 수령, 다른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을 가입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모아 문제점을 분석하고,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타당할 경우 원고단을 결성해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에는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10여건 접수된 상태다. 삼성생명은 이들 민원에 대해서도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대로 차액만 지급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

이들이 삼성생명의 처리 방식에 반발,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기존의 분쟁조정 결과를 준용해 처리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최초 민원인에게 했던대로 준비금까지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분쟁조정 결정은 앞으로 제기될 다른 민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런 경우 기존의 분쟁조정 결과를 삼성생명에 그대로 통보할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분쟁조정 결과가 통보돼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소송이 불가피해진다. 자살보험금 사태로 미뤄 대법원 상고심까지 고려하면 2∼3년은 걸려야 할 수 있다.

금감원은 다만 삼성생명에 대한 검사나 별도 조치 등은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떤 구실을 대든 '보복성'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당국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와 "무리해서 벌인 일을 더 키우지 말자"는 기류가 뒤섞인 상태다. 즉시연금 이슈를 감독혁신 과제로 제시했던 윤석헌 금감원장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생명 역시 이번 사안이 더 확대되기를 원치 않는 분위기다. 법적 논리와 보험 원칙을 따져 내린 결정이라지만, 당국과 정면으로 맞선 모양새가 된 데다 보험금을 덜 주려고 애쓴다는 인상만 짙어지기 때문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 권고대로라면 2만5천명에 850억원을 돌려줘야 할 한화생명은 다음달 10일 이사회에서 수용 여부를 정한다. 삼성생명과 약관이 유사한 교보생명도 1만5천명에 700억원이 미지급금으로 산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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