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 심화되면서 영업 현장에 만연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운전자보험으로 매출 경쟁을 벌이는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설계사 영업 교육을 하고 있다.

자동차부상치료비 보장 특약의 한도 경쟁이 심화되자 자극적인 문구를 이용해 설계사 교육에 활용하고, 설계사들이 영업에 이용하면서 모럴해저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모럴해저드는 그간 비도덕적 행위를 일삼는 일부 소비자들의 행위로 치부했지만 이 같은 교육 및 영업 방식으로 보험사가 조장하면서 비난을 피할 길 없어 보인다.

◇ 보험사 영업 교육이 소비자 모럴해저드 조장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손보사들이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전단지를 설계사 교육용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달 들어 자동차부상치료비 특약을 이용한 운전자보험 매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손보사들이 한시적으로 보장한도를 높이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자부상 한도의 한시적 인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 보험사가 과도한 매출 경쟁으로 설계사 교육을 부적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손보사들의 설계사 교육용 전단지를 살펴보면 ‘하루만 통원해도’, ‘병원만 다녀와도’, ‘스치기만 해도’, ‘무조건’ 등의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신체에 이상이 없을 경우에도 병원에서 통원치료 및 진료만 받아도 약관상 명시된 금액을 보장해준다는 것으로 설계사를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손해보험사들의 이러한 영업 교육 방식은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를 야기토록 작용할 수 있다.

모럴해저드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다면 ‘통원 시’, ‘병원만 다녀와도’, ‘스치기만 해도’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는 굳이 설계사 교육에 명시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손보사들의 과도한 매출 경쟁으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고의로 명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보험사들의 이러한 교육으로 일선 영업현장에서도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영업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한 설계사는 운전을 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운전자보험을 권유, 대중교통 이용 혹은 도보 시 사고가 나도 의사와 상담만 하면 정해진 금액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설명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부상치료비는 정액보장형 특약이기 때문에 보장 한도가 높아지면 타 상품과 마찬가지로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부상의 최저 보장급수인 14급은 사지의 단순한 타박을 포함하고 있어 보험금을 받기 쉬운데, 최근 일시적으로 한도까지 높아져 모럴해저드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을 위해 한도를 인상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며 “정작 보험사들은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조장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비판했다.

◇ 모럴해저드, 보험사도 책임 피할 길 없어
손보사들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이런 교육방식은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모럴해저드는 그간 보험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비도덕적인 소비자들의 행위로 치부됐지만, 정작 보험사들이 부추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모럴해저드 발생은 소비자만의 비도덕적 행위가 아닌 상품을 설계하고, 교육 및 영업을 한 보험사의 잘못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럴해저드 발생 시 그동안 잘못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만으로 비춰졌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내부 교육 및 영업방식을 보면 비단 소비자의 책임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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