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VS 생보사 대립구도 연출

생명보험업계가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으로 시끄럽다. 금융감독원이 일괄구제 방침 적용을 선언, 생보업계가 지급해야 할 돈은 1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살보험금, 유배당 보험 이자율차 논란 등 이번 사태 등 매년 반복되고 있는 대규모 보험금 미지급 논란을 다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보험업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자살보험금’ 사태는 잘못된 약관 한 줄에서 비롯됐다.

보험금을 지급과 관련한 약관의 정당성과 해석상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보험사간 갈등이 빚어졌고 이후에는 금융감독원과 대형 생보사의 대립구도가 연출되기까지 했다.

◇ 잘못된 약관 베껴서 사태 일파만파
자살보험금 사태의 배경에는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으로 2010년 4월 이전까지 판매된 재해사망특약이 자리 잡고 있다.

재해사망특약은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최초로 출시했다. 자살을 재해로 판단해 일반사망보험금에 2~3배에 달하는 특약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후 동일한 약관을 바탕으로 하는 재해사망특약 상품이 생보업계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자살보험금 사태’가 발생했다.

‘자살을 재해로 판단해 특약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석되는 약관은 지난 2010년 3월까지 상품에 적용됐다.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생보사와 금감원은 지난 2010년 4월 자살 시 특약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표준약관을 변경했다.

일반사망보험금에 2~3배에 달하는 고액의 특약보험금이 자살 조장 등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문제는 지난 2013년 ING생명에 대한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보험금 200억원을 미지급한 사실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설사가상 이는 비단 ING생명만의 문제가 아닌 생보업계 전체의 문제이며 미지급금 규모만 수 천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생보업계에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업계는 반발, 금감원과 ING생명과 행정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생보업계는 자살은 재해로 볼 수 없으며 문제가 된 약관은 ‘실수’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이 2000년대 초중반 해당 약관과 관련한 생보업계의 문제제기를 묵살, 사태를 키우고 뒤늦게 군기 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 고강도 제재 압박으로 강제진화
미지급금 지급을 거절해 온 생보업계지만 지난 2016년 5월 대법원에서 관련 판결이 나오면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대법원은 약관 개정 이전 판매 상품에 대해 기존 약관대로 특약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당시 신한생명 등 7개 생보사들은 청구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 소멸시효가 완료된 특약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며 지급을 미루면서 사태가 더욱 확산됐다.

심지어 2016년 9월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대형 생보사에 무게추가 실리는 듯 했다.

특히 재해사망특약 약관에 해석과 소멸시효 완료 이후 건 보험금 지급에 대한 학술적 논의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형사에 대표이사 징계, 영업정지 등 중징계 카드를 꺼내들었고 지난 2017년 결국 대형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 전액‧전건 지급을 결정하며 백기를 들었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전문성 결여와 보험업계의 상품 베끼기 관행으로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발단이 된 약관은 조기에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면서 “금감원의 전문성 결여 라는 안이한 인식과 보험사의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상품 개발과 판매에서 비롯된 사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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