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표준약관‧사업설명서 개정…알릴의무 준수 소비자 자필서명 신설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사망한 계약자에게도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금융감독원이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존엄사 여부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판단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존엄사를 선택한 계약자들이 사망보험금을 수령 받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계약자가 ‘알릴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를 준수했다는 자필서명을 하도록 표준사업설명서를 변경, 분쟁 발생의 온상으로 지목 받았던 고지의무 준수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마련됐다.

◇ 존엄사 계약자도 보험금 받는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존엄사를 선택한 소비자가 사망보험금을 정상적으로 수령 받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세부규정인 제4조 2항에 “연명의료중단결정 및 그 이행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연명의료중단결정 및 그 이행은 사망의 원인 및 사망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정부의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명시한데 따른 조치다.

‘존엄사법’으로 알려진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취지의 법안이다.

법률상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로 제한될 예정이다.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근거가 약관에 마련되면서 소비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자살이 아님이 명확해 졌으며 ‘자살보험금 사태’와 같은 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이전까지 생보업계에서는 생보사가 판단 기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환자가 의도를 지니고 의료행위를 중단할 경우 이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며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면책조항으로 이를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판단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사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 부담을 안게 되는 만큼 생보사들이 실제 보험금을 지급할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금감원이 표준약관 개정은 이 같은 생보업계의 고민을 해소한 조치로 생보사들은 향후 존엄사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 ‘알릴의무’ 분쟁 책임 소재 명확해진다
보험사와 소비자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 분쟁 발생의 온상으로 지목 받았던 고지의무 준수 여부를 판단할 기준 역시 마련됐다.

소비자의 고지의무 미이행으로 보험계약이 실효되거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된 분쟁도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고지의무 준수 여부를 명확하게 따지기 어려웠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가리지 못한 보험사와 소비자가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목표로 생명‧손해보험 사업설명서를 개정해 소비자들이 보험 계약 과정에서 고지의무와 관련된 보험사의 설명을 들었으며 이를 준수했다는 자필서명을 하도록 했다.

보험사는 사전에 소비자에게 고지의무를 충분히 설명해야할 책임이 강화됐으며 소비자 역시 서명 이후 고지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수령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존엄사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는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금감원이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이 같은 부담이 해소됐다”며 “소비자의 자필서명을 받아야하는 사업설명서 역시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분쟁의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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