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경찰서 매일같이 방문했지만…동기들 중 유일한 무실적 설계사

지난해 신규 등록한 설계사 중 절반 이상이 1년 안에 영업활동을 그만뒀다. 생명보험업계에선 10명 중 약 4명, 손해보험업계에선 10명 중 5명 정도만 1년 이상을 버텨냈다. 영업의 꽃이라는 보험영업과 그 근간인 보험설계사.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들의 고령화 현상과 신규 인원 유입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신입 설계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보험사의 적극적 러브콜에 보험영업으로 뛰어드는 청년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정착에 실패하는 게 현실이다. 사회 초년생 A씨의 1년간의 보험영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2016년 하반기 A씨는 본격적으로 보험영업 활동에 나섰다.

생명보험, 제3보험 자격 모두 취득했고 지점 내 동기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A씨는 동기들과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영업 초기에는 지인영업을 바탕으로 안착한 뒤 범위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개척영업 실패에 지인영업으로 노선전환
A씨는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공서를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경찰서와 소방서를 번갈아 방문하며 고객 확보에 열을 올렸다.

제3보험 등 신계약 수수료가 높지 않은 상품은 생각도 하지 않고 종신보험 등 고수수료 상품 계약 유치에 주력한다는 전략이었다.

A씨는 첫 영업 한 달을 고스란히 경찰서, 소방서에 투자했다. 물론 지인영업을 도외시하지는 않았다.

A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달 성적표는 처참했다. 동기들 중 신계약을 한건도 따내지 못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무실적에도 불구하고 A씨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계좌에 입금된 정착지원금이 A씨를 다잡았다. 신입 설계사 정착 지원을 목적으로 6개월 간 매달 50~100만원이 지급된다.

속절없이 흘려보낸 한 달에도 불구하고 A씨는 경찰서와 소방서 영업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인영업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두 번째 달이 끝나갈 무렵에 접어들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급기야 팀장 설계사가 미팅을 요구했다. 부모님의 보험증권도 챙기라고 했다.

팀장은 3개월간 무실적시 해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인영업에 주력하라고 조언하며 부모님의 보험증권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아버지, 어머니가 손해 보시는데? 이거 해지하고 우리 상품으로 새로 가입하시는 게 부모님도 좋고 A씨도 이득이니 당장 말씀드려봐”

일사천리였다. A씨는 부모님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가입했고 내친김에 큰 삼촌, 작은 삼촌 부부의 계약도 새롭게 설계해드렸다.

둘째 달 팀장의 조언으로 간신히 실적을 따낸 A씨. 처음 생각한 그림과는 달랐지만 통장에 찍힌 돈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해촉 걱정은 한동안 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통장에 찍힌 액수는 A씨의 마음을 돌리기 충분했다.

◇ A씨 6개월 만에 지인영업 한계 봉착
영업 3개월째 A씨는 노선을 변경했다. 개척 영업은 잠시 미뤄두고 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다이어트’에 힘썼다.

가족, 형제, 친척, 친구들을 만나 기존 보험 가입 내용을 살펴보며 새롭게 상품을 설계해주고 실적을 쌓아갔다.

내심 영업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지만 가족들과 지인, 나아가 자신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부정적 감정을 떨쳐냈다.

빠르게 3개월이 흘러갔다. 팀장의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달 신계약을 유치했고 생활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A씨가 영업에 뛰어든 지 6개월에 접어들 무렵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인영업이 불가능한 시점이 찾아온 것이었다.

A씨는 온라인상 보험설계사 커뮤니티에서 획득한 정보와 동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블로그, SNS를 적극 활용하는 영업도 시도해봤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순간 A씨는 같은 설계사 동기이자 3살 연상의 B씨가 떠올랐다. 동기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는 B씨는 고수수료 상품 판매의 귀재였다.

기존 방식으로는 보험설계사 활동이 불가능하다 판단한 A씨는 결국 B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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