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상품 개발 지지부진…“보장보다 저축” 판매 전략 불완전판매 여지 높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생명보험업계의 ‘매출 최우선’ 종신보험 판매가 향후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의 분쟁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신보험 대체 상품 개발에 실패한 생보업계가 중도인출 및 저해지 환급 기능을 접목한 신상품을 출시로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이 ‘저축’ 기능 중심으로 판매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의 저축 기능은 고액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 가능할 때 거둘 수 있는 부가 기능이기 때문에 자칫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의 대량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안 팔리는 종신보험 목매는 생보사
2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저해지‧중도인출 종신보험 상품의 판매 독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저축’ 기능이 강조된 판매 방식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망보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줄어들면서 사망보험금이 주 보장인 종신보험도 중도인출 등 생존보장이나 저해지 기능을 통한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의 저축 기능은 어디까지나 고액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하며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다.

보험료 수준이 고액인데다 중도해지하거나 인출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급감하는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의 민원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실제로 보험영업 현장에서는 최근 경찰조직에서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판매했다는 대규모 민원이 발생한 원인이 ‘주객이 전도된’ 판매 방식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에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두 달여간 전국에서 총 150여명의 경찰이 저축성보험인줄 알고 A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는 민원이 집중 제기됐다.

문제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GA채널이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바꿀 수 있는 ‘연금전환특약’이 부가된 종신보험을 저축 기능만을 강조해 판매하면서 비롯됐다.

계약을 중도 해지한 경찰들은 납입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해지환급금을 받았고, 연금이 아닌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각종 기능이 추가되더라도 근본 자체가 보장성보험이며 주 보장은 사망보험금이다”라며 “어디까지나 장기간 고액의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소비자가 부가적으로 얻게 되는 저축 혜택이 핵심 보장으로 둔갑돼 판매될 경우 불완전판매 책임을 둘러싼 민원이 급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 수익은 보험사가 책임은 설계사가
더욱 큰 문제는 생보업계가 불완전판매 여지가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축’ 기능을 내세워 종신보험 판매를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월 보험료가 20만원에 달하는 종신보험의 수익을 대체할 신상품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종신보험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 성장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생보업계의 경우 국내와 동일하게 종신보험 판매량이 급감하는 문제를 겪었음에도 헬스케어 기능을 접목한 건강관리 서비스‧상품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생보사들은 헬스케어 상품의 의료법 위반 논란이 정부 부처 사이의 이견으로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면서 기초적인 수준의 상품만이 출시되고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생보사들은 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통해 종신보험 판매를 유도하면서도 설명 책임은 설계사들에게 전가하는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신보험의 판매 수수료를 타 상품 대비 압도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설계사들이 연금보험 등의 상품보다는 종신보험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설계사 단체 관계자는 “보험사는 판매수수료가 높은 종신보험을 설계사가 스스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저축 기능을 강조해 종신보험을 판매할 것을 세일즈 포인트로 교육하고 있는 생보사들이 불완전판매 책임을 설계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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