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약속 3년째 ‘함흥차사’…신창재 회장 경영권 상실 우려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교보생명이 3년째 기업공개(IPO)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생명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보생명은 장기간 실현되지 못한 투자이익 회수를 원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지분매각 권한을 행사할 경우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상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교보생명은 IFRS17과 K-ICS 도입에 대비해 IPO 없이도 꾸준히 자본을 확충하고 있으나 경영권 문제로 깊어진 FI들과의 갈등 해결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교보생명, “상장만은 피하고 싶은데”
21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2015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교보생명의 IPO가 올해도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작년 두 차례 컨설팅을 통해 자본 확충을 위한 IPO를 권고 받았으나 IFRS17 도입 등으로 필요한 자본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24%의 지분을 어피너티와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2015년 9월 까지 상장을 통해 투자이익을 실현할 것이 조건이었다.

당시 교보생명은 FI 컨소시엄 측에 상장 불발을 대비해 보유 지분을 신창재 회장에게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까지 체결했다.

투자 이익 실현이 최우선인 FI 입장에서는 교보생명 지분 매입을 통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했던 셈이다.

그러나 IFRS17 및 K-ICS 등 보험 제도가 급변하면서 교보생명은 2015년 상장을 추진하지 못했다. FI측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지분판매 권한을 1년간 행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교보생명의 상장이 1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상장 차익을 노리고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했던 FI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상장을 요구하는 FI들의 불만은 교보생명의 경영권 문제로 직결된다. 취임 이후 성공적으로 상품포트폴리오 변경 및 자본 확충에 주력했던 신 회장에게는 상장문제가 ‘아킬레스 건’이 된 것이다.

법적으로 FI 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지분 매입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1조원이 넘는 지분을 받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풋옵션 행사는 사실상 현재 39%의 지분을 보유한 신 회장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자본 확충 규모 ‘안갯속’
IFRS17 및 K-ICS 도입에 대비해 추가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자본의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교보생명이 연이은 자본 확충에도 불구, IPO를 망설이고 있는 이유다.

교보생명은 재작년말부터 작년 초까지 진행했던 컨설팅 결과에 따라 지난 7월 5억 달러(한화 5,670억여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교보생명은 제도 변화가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상장할 경우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IFRS17은 보험업계에 2021년에도 도입되며 K-ICS는 아직까지 초안만 나와있다. 올해 하반기 보험사 건전성 규제인 K-ICS의 세부 내역이 확정되기 전까진 교보생명이 확보해야할 정확한 자금 규모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상장을 전제로 투자자들을 유치한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3년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FI들의 풋옵션 행사는 더 이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최근 우리은행과 진실공방이 벌어진 교보증권 매각 이슈 역시 FI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교보생명의 고육지책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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