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 자본 확충 분주…생보-M&A, 손보-상품 판매 경쟁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올 상반기 보험업계는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 대비한 자본 확충, 인수합병과 관련해 M&A 및 과열된 상품 판매 경쟁 등의 이슈가 있었다.

생보업계는 미래에셋생명의 PCA생명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킨 가운데 ING생명이 최대 매물로 나왔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 오너리스크로 인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손보업계는 금융당국의 뜻에 맞춰 유병자실손보험이 출시했고, 올 초 대형사들이 연달아 치아보험을 선보였으며,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한시적 상품 판매 장사에 나서며 과열 경쟁이 잇따랐다.

◇ IFRS17 대비 자본 확충 비용만 ‘5兆 육박’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오는 2021년 도입되는 IFRS(국제회계기준)17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린 시기였다.

IFRS17은 계약 시점의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매 분기별 결산 시점의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향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미리 부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새 회계기준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국내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계획하고 발행한 비용만 5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우선 과거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판매로 IFRS17 부담이 큰 생보업계는 대형사 중 한화생명이 5억불 발행에 성공했고, 교보생명이 5억~10억불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작년 10억불에 이어 두 번째다.

KDB생명은 지난 1월 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신종자본증권 2억불을 발행했고, 2,5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신한생명은 후순위채 2,000억원, DGB생명 후순위채 500억원, DB생명 후순위채 800억원, 현대라이프생명이 신종자본증권 600억원을 발행했고 3,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다.

손보업계는 대형사 중 현대해상이 신종자본증권 5억불 발행을 추진하고,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1,000억원, 한화손보 신종자본증권 300억원,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600억원을 발행했으며, 흥국화재가 해외 후순위채 2억불 발행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공통 이슈로는 IFRS17에 선제적 대비를 위한 자본 확충이 있다”며 “손보업계는 생보업계 대비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거의 없어 시급하지 않지만 새 회계기준 자체가 보험업계에 자본을 요구하다보니 손보사들도 자본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생보업계 상반기 M&A 이슈가 ‘잠식’
생보업계는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의 PCA생명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생보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인수합병과 관련한 M&A 이슈가 들끓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금융위로부터 최종 합병 승인을 받은데 따라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과의 통합작업을 마치면서 자산규모 5위로 도약했다.

통합 미래에셋생명의 자산규모는 총 35조원으로 기존 5위였던 ING생명을 제쳤으며, 변액보험 자산규모도 10조원을 돌파하면서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생보업계 M&A와 관련해서는 최대어로 꼽히는 ING생명을 두고 금융지주사들이 경쟁 구도를 보이며 인수합병 열기에 불을 지폈다.

ING생명은 작년 말 기준 RBC(지급여력비율)가 455.33%로 보험업계를 통틀어 가장 높다. 보유 고객이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해도 약 3~4번까지 지급 가능할 만큼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탄탄한 재무건전성의 영향으로 금융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계열사 생보사는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등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특히 ING생명은 작년 3,4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설계사 조직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인수 이후 영업력 및 당기순익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한 때 신한·KB·하나금융지주가 ING생명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지주사들은 인수를 포기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현재는 한걸음 물러난 상황이다.

생보업계 M&A이슈에는 안방보험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거론되기도 했다.

안방보험의 오샤오후이 회장의 경영 이탈로 경영권이 중국 당국으로 넘어가면서 추가 자금 지원을 낙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의 자회사 지분 처분 행위를 두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또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ING생명을 비롯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향후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 상반기는 지각변동이 시작됐으며, 더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기도 했던 시기다”라며 “특히 최대어로 꼽히는 ING생명은 올해 브랜드 사용이 만료되면서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따른 생보업계의 순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안방보험 식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고, 중국 정부의 매각 가능성도 흘러나오면서 업계 M&A 이슈가 더욱 뜨거워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손보업계 상반기 핵심은 ‘상품 판매 경쟁’
손보업계의 상반기는 장기보험 매출 확대를 위한 영업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였다.

우선 1분기는 치아보험 경쟁이 뜨거웠다. 대형 손보사들이 치아보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경쟁이 과열된 것이다.

1월 DB손보가 대형사 중 가장 먼저 치아보험을 출시한 이후 현대해상과 삼성화재가 같은 달 치아보험을 출시했고, KB손보가 2월 치아보험을 선보였다.

하지만 대형사들이 치아보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책 경쟁이 뜨거워진 것이다.

뜨거워진 시책 경쟁은 치아보험 수수료 최대 600%를 돌파했고,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던 자기계약도 인정하면서 과다 경쟁을 야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기존 중소형 보험사들 위주로 판매하던 치아보험은 한 달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이변을 낳았다.

또한 작년 말 메리츠화재를 필두로 한 상품 스코어핑 폐지 및 인수기준 완화, 보장 확대 열풍은 손보업계를 뒤덮었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말부터 평균 3~4개 상품군에 대해 인수기준 등을 완화하고 한시적 상품 판매를 반복하며 장기보험 매출을 급격히 늘렸다.

이러한 결과 메리츠화재는 지난 3월 그간 매출 선두를 지켜오던 삼성화재를 제치고 장기보험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메리츠화재의 이런 영업 전략은 손보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현대해상, DB손보, 한화손보, 흥국화재, 농협손보, 롯데손보, MG손보 등이 동일한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보험 혜택 사각지대에 놓인 소비자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한 유병자 실손보험도 손보업계 상품 판매 경쟁을 부추겼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기존 유병력자 및 고령자에게 실손보험 혜택을 제공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어 판매 한 달 만에 5만여 건이 판매됐다.

유병자 실손보험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자 이 역시 마찬가지로 메리츠화재가 가장 먼저 해당 상품의 인수기준을 완화했으며, 현대해상도 이달 유병자 실손보험의 인수지침을 변경했다.

여기에 손보사들은 유병자 실손보험과 더불어 정액보장형 상품인 유병자보험 판매를 위해 관련 상품을 출시, 한시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판매를 장려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는 치아보험 및 유병자보험 외 장기보험 등의 상품을 인수지침을 변경해 한시판매를 지속했다”며 “이는 설계사들로 하여금 절판을 유도했고, 상반기는 절판마케팅이 횡행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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