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움직임 없어…"은행권 모범규준 확정안 나오면 검토"

[보험매일=이흔 기자]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일성으로 금융권에 채용절차 모범규준 확대 도입을 요청했지만, 제2금융권이 선뜻 나서지 않은 채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여신금융·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대출을 취급하는 제2금융권 기관들은 아직 채용 모범규준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핑계는 은행권 모범규준 확정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5일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공개했다.

모범규준안에는 은행이 정규 신입직원을 선발할 때 성별, 출신학교, 출신지 차별을 금지하고 임직원추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필기시험을 두는 방안을 언급하고 외부인사의 참여로 객관성을 높이도록 했다.

은행연합회는 11일까지 엿새간 전문가와 금융소비자 등으로부터 안건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규제심의위원회 심의와 기획전문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은행연합회 이사회 의결로 모범규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즉 이달 말은 돼야 은행권 모범규준 확정안이 결정되며 제2금융권은 확정안을 본 뒤에 채용 모범규준 도입을 검토할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확정안이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확정안이 나오면 생명보험업계 차원의 모범규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겠다면서도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이 아직 의견수렴 단계고, 6월 중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만큼 아직 서두를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도 이미 상반기 채용을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은행권 모범규준이 나오면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윤 원장이 구두로 권고했을 뿐이니 공문 형식으로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은행권 경과를 보고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 은행권도 시행하지 않았다"며 "금감원이 요청하면 빨리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준비 중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아직은 진행 중인 내용이 없다"며 "추후 공문이 오면 중앙회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사부터 지역별 상호금융조합까지 아우르는 개념인 제2금융권은 은행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대기업 계열사인 경우 계열사 공통으로 한날한시에 직무적성검사를 하는데, 업권 별로 각사의 의견을 모아 모범규준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아무래도 채용 규모도 작고 채용 청탁 문제가 불거지는 은행권과는 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2금융권이 마냥 채용 모범규준 도입을 무시할 수는 없다.

채용 모범규준 도입 확대는 윤 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당부한 사항이다.

윤 원장은 지난 4일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등을 만나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 중인데 금융투자나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도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확산시켜 채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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