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22조원 불구 적자폭 확대…외국계 공세에 요율산출 역량 중요성↑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국내 재보험 시장 규모가 22조원을 넘어섰으나 보험사들의 해외 수지 적자폭은 늘어나면서 기업성보험 요율산출 역량 확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보험사가 자체 요율 산정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고액 기업성보험 물건을 해외 재보험사에 출재하면서 시장 성장에도 도리어 재보험 시장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재보험사와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내 보험사의 수지적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결국 보험사의 요율산출 능력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 재보험시장 성장 역행하는 초라한 성적표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재보험 거래규모는 22조3,859억원을 기록하며 재보험 시장 규모가 22조원을 돌파했으나 국내 보험사들은 오히려 적자가 쌓였다.

국내 보험사들이 재보험 수재를 대가로 거둬들인 보험료는 10조2,791억원이었던 반면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출재해 지급한 보험료는 12조1,068억원에 달했다.

작년 보험업계의 재보험 영업 수지 적자는 4,188억원으로 전년 358억원 대비 적자가 8.4% 늘었다.

재보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액 기업성보험 요율을 자체적으로 산정하는데 부담을 느낀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출자를 선택한 결과다.

재보험은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보험 계약상 책임 위험관리를 위해 다른 보험사나 재보험사에 넘기는 보험으로 그 성격상 개인보험보다는 고액 기업성보험이 물건의 다수를 차지한다.

재보험 물건을 수재할 경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대량의 보험료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재해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계약을 수재한 보험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은 주로 재보험을 스스로 보험업계에서 수재하기보다는 이를 해외 재보험사에 출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으로 보험사가 재보험사가 산출한 협의요율을 대체해 자체적인 판단요율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음에도 여전히 협의요율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재보험 수지 적자를 해결하고 보험사의 재보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감독규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재보험 감독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개선함으로써 지난 2015년 폐지된 ‘재보험관리 모범규준’의 공백을 채울 계획이다.

◇ 해답은 ‘요율산출 역량 확보’
문제는 해외 재보험사의 한국 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기업성보험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국내 보험사들의 재보험 영업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굴지의 해외 재보험사들이 잇달아 한국에 법인‧지점을 설립하거나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업성보험 요율 산출 역량이 부족한 국내 보험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지원이 예정되어 있지만 결국 스스로 산출한 요율로 리스크를 국내 보험업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보험 해외 수지 역조 현상은 해결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 1위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한국지점 설립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위스리는 당초 취리히 본사가 한국지점을 설립했으나 올해 2월 아시아 지역 사업 강화를 목표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아시아지역 본부 명의로 한국지점 재설립에 나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스위스리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동남아 지점과 인력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아시아 본부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 영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며 “세계 8위의 시장 규모를 지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지점 설립이 끝나면 현재 대비 재보험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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