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보험사가 전액 부담 해야하나 감독규정 빌미로 고객 전가

▲ 보험업계가 상법상 근거를 무시하고 하위법인 보험업감독규정을 근거로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고객에게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업계가 명확한 법적 근거를 무시하고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고객에게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사들은 상법상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하나 결과에 불복한 고객이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보험업감독규정를 빌미로 그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고 있다.

보험사가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모두 지급하도록 명시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법안 통과시 막대한 중복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상법 676조 손해사정사 선임비용 보험사 지급 명시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불합리하게 고객이 지급하도록 떠넘기고 있다는 소비자 단체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때 손해액을 산정하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험사와 소비자가 합의할 경우 보험사가 정한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을 받을 수 있으나 이에 불복할 경우에는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보험사가 상법상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지급해야함에도 하위 법령인 보험업감독규정을 빌미로 이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상법 672조 제2항은 “손해액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보험사)의 부담으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합의에 의한 손해사정사 선임은 물론 소비자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이에 대한 비용 지불의 의무는 보험사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고객이 따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경우 해당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사정 결과에 소비자가 승복하지 않을 경우” 선임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한 보험업감독규정 제9-16조가 그 근거였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소비자에게 배부한 보험금 지급 절차 자료를 통해 소비자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음을 알리며 이 경우 선임 비용은 고객이 지급해야 함을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험사 및 금융당국의 행태가 명백히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다. 상위 법령인 상법에서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음에도 실제로는 하위 법령인 보험업감독규정을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자회사에 소속된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객관적인 보험금 산출보다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 결과를 유도해 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때문에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장기간 유지해온 이 같은 관행은 보험사 위주의 불합리한 정책이라는 소비자단체의 비판을 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중복비용 ‘눈 덩이’…보험료 인상 불가피
보험사가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시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가운데 보험업계는 중복 손해사정으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고객이 보험사의 손해사정 결과에 불복,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해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그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고객이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그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면 중복조사가 남발되고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들 대다수가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보험사 또한 별도로 손해사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손보업계에서는 2015년 1조8,706억원, 2016년 1조9.703억원, 작년 10월 기준 1조7,054억원으로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손해사정 조사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생보업계 역시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이 급증할 경우 전 보험업권의 손해사정사 선임 부담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이를 보험사가 무조건 부담해야 한다면 대다수 소비자는 관례적으로 독립손해사정사를 고용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손해사정 결과가 명백한 사안임에도 보험사가 자체 손해사정사와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면서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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