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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농성… 사람의 뼈로 밥을 짓다楚 장왕-宋을 치다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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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5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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析骨而炊 易子而食 석골이취 역자이식
사람의 뼈를 쪼개 불 피우고 자식을 서로 바꿔 잡아먹다 (송미자세가, 초세가)
초나라 군대가 송나라 도성을 다섯 달 동안 포위했을 때 성안에서 벌어진 일

초나라 장왕은 정나라를 정벌한지 2년 후에 송나라를 공격했다.

일찍이 초나라는 정나라를 시켜 송을 혼내려 했으나 정나라가 송에게 관대하게 물러섰으므로 정나라에 먼저 책임을 물었다. 이번에는 송나라가 먼저 초나라를 건드렸다. 요행히 화를 면했을 때는 알아서 조심해야 했다. 초나라가 제나라에 사신을 보냈는데, 제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송의 영역을 거쳐야 했다. 송나라는 초나라 사신 신주를 중간에 체포하여 단지 적국의 관리라는 이유만으로 죽여버렸다.

초 장왕은 소식을 듣는 즉시 군대를 이끌고 달려가 송의 도성을 포위하였다.

송나라가 초나라 왕의 분노를 예상하면서도 감히 초나라 사신을 죽인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나라가 정나라를 정벌한 직후 진(晉) 경공은 곧 정나라가 초에 굴복한 것을 문책하기 위해 공격하고 이어서 송(宋) 위(衛)나라 등과 함께 초나라에 대항하는 동맹을 맺었다. 송나라로서는 설혹 초나라가 쳐들어온다 해도 동맹국들의 도움으로 막아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초나라의 출동이 워낙 전광석화처럼 빨라서 제대로 대비할 틈도 없었다. 애초에 초나라에서 사신 신주는 출발 직전 왕에게 말하기를 “송나라를 지나다가 잡히면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라고 걱정했고, 장왕은 이에 대해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정벌하여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 미리 예상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초나라는 신속히 원수를 갚으러 달려올 수 있었다.

송나라는 급히 진(晉)나라에 구원을 요청했지만 당황스럽기는 진도 마찬가지였다. 구원군을 보내고 싶어도 이처럼 급작스럽게 출동할 수 있는 군대가 없었다. 진나라에는 여전히 초 장왕을 두려워하여 대적하기를 꺼리는 대신들도 많았다.

“초나라는 하늘이 길을 열어주고 있으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공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초에 대항하는 동맹을 이끈 맹주로서 위기에 처한 송나라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잔꾀를 냈다. 일단 송나라에 사신을 보내 진나라의 대군이 곧 출동할 거라는 전갈을 보내기로 했다. 물론 진나라는 전혀 출병할 생각이 없었다. 진나라 대군이 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송나라군은 사기를 얻어 항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이며, 그 사이에 초나라에서도 진군이 올 것을 걱정하여 스스로 철수한다면 진나라는 힘들이지 않고 동맹국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란 계책이었다.

송나라에 거짓 전갈을 전할 사신으로 해양이란 사람이 파견되었다. 해양은 송으로 가기 위해 정나라를 통과하다가 사로잡혔다. 정나라는 초나라의 동맹국이었으므로 해양은 초 장왕에게 압송되었다. 장왕은 해양을 회유했다. “어차피 진나라는 출병하지 않을 것이니 송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빨리 투항하도록 설득해라. 그것이 송나라 사람들에게도 고생을 덜어주는 길 아니겠는가.” 위협과 회유에 의해 해양은 마침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해양은 송나라의 성곽을 마주하는 초군의 망루에 올라섰다. 송나라를 향해 외쳤다.

“진나라는 지금 전군을 동원하여 송나라를 구원하러 오고 있다. 송나라는 비록 위급하더라도 초나라에 투항하지 말고 견뎌라. 진나라 군대는 곧 도착할 것이다.” 장왕에게 한 약속을 깨고 본래 하려던 말만을 전한 것이다.

장왕은 격노했다. 해양이 말했다. “제가 당신의 요구에 응하겠다고 거짓으로 약속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주군께서 내린 명령을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장왕이 해양을 죽이려 하자 해양이 장왕의 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신하는 주군에게 충성을 바쳐도 돌아오는 건 죽음뿐이라는 걸 똑바로 봐두어라.” 해양은 본래 진나라의 신하이니 진나라 군주에게 충성하기 위해 다른 군주를 속인 것은 죄가 될 수 없었다. 장왕이 해양을 석방했다. 해양은 진나라로 돌아가 상경이 되었다.


이야기 PLUS

송나라는 진의 구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며 성문을 닫은 채 하루하루를 버텨냈는데, 그러는 사이 세월은 흘러 다섯 달이 지나갔다. 대체 식량도 없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성을 포위하고 있는 초나라 군사들조차 궁금할 지경이었다. 마침내 송나라 재상 화원이 서로 안면이 있는 초나라 장수 자반에게 은밀히 회담을 청하였다.

자반이 화원을 만나고 와서 장왕에게 보고했다.

“지금 성 안에서는 식량과 땔감이 떨어져, 굶어죽은 사람의 뼈로 불을 피우고 자식을 서로 바꾸어 잡아먹을(析骨而炊 易子而食) 지경에 이르렀다 하옵니다.” 장왕은 송나라의 투항을 받아들여 자기나라로 돌아갔다.

진나라 해양이 죽음을 각오하고 자기 군주의 명령을 이행한 것은 신하로서의 충절이자 신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송나라에 전한 메시지는 거짓이었으며, 그 때문에 송나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부질없는 생고생을 겪었다. 그들이 고립무원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게 했더라면 송나라 사람들은 식량과 물이 떨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성문을 열고 투항하지 않았을까.

진나라는 잔꾀를 냈다. 일단 송나라에 사신을 보내 진나라의 대군이 곧 출동할 거라는 거짓 전갈을 보내기로 했다. 소문이 퍼져 초나라가 스스로 철수한다면 진나라는 힘들이지 않고 동맹국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란 계책이었다.

정해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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