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가능한 손보사 ‘극소수’…중소형사 ‘진퇴양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손해보험업계에 자동차보험료 인하 바람이 일고 있으나 보험료 인하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중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곳은 삼성화재 한 곳 뿐이며 중소형사는 물론 2위권 대형사들도 보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쉽사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력 향상이 절실한 MG손보를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화재만 보험료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향후 중소사들의 자동차보험 고객 이탈 및 점유율 상실이 전망된다.
◇ 보험료 인하 “하고는 싶지만…”
1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 부족으로 일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결정으로 촉발된 보험료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손보사들이 작년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사업비가 보험료 인하를 결정할 정도로 양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이달 11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0.8% 인하했다. 지난해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1.6% 내린 이후 8개월만에 재차 보험료를 낮춘 것이다.
삼성화재의 이 같은 결정은 앞서 1일부터 업계 최고 수준인 평균 4.5%를 인하한 MG손보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졌다.
그러나 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MG손보와 삼성화재는 전체 손보사 중에서도 특수한 상황에 처해기 때문에 타 손보사와 단순 비교가 어렵다.
삼성화재의 경우 작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6%로 자동차보험을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는데 성공했다. 작년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기록한 손보사는 삼성화재와 DB손보, 악사손보 뿐이다.
특히 삼성화재는 사업비율도 20.1%로 손보업계 상위권을 기록하며 합산비율이 손익 분기점인 100%에 근접한 100.7%를 기록하면서 보험료 인하 여력이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3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일부 인하함으로써 점유율 30% 굳히기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MG손보 또한 보험료 인하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사유가 있다. 대주주의 유상증자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시장 생존을 위해서는 당장 보험료 수입을 끌어올려야했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자구책을 마련해야했던 MG손보가 작년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이 114.38%에 달했음에도 보험료를 4.5%나 인하했던 이유다.
◇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밀려나는 중소사
반면 삼성화재를 제외한 대형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영지표에도 불구, 보험료 인하보다는 보장범위 확대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험료 인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해상과 DB손보, KB손보 등 대형사들은 작년 각각 100.1%와 99.8%, 102.1%의 합산비율을 기록, 삼성화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지표를 보였음에도 보험료 인하를 망설이고 있다.
각자 일정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사들이 시장경쟁에 맞불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문에 삼성화재와 MG손보의 보험료인하 여파는 대형사가 아닌 보험료 인하여력도, 특약 확대도 난감한 중소형사에게 튈 가능성이 높다.
기존 고객 관리에 들어간 대형사 고객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고객층을 유지하던 중소형사에게 자동차보험료 인하 충격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상실이 우려되는 중소형사는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가용 사업비가 적은 롯데손보와 흥국화재가 거론되고 있다.
작년 롯데손보와 흥국화재는 각각 87.45%와 90.24%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및 102.77%와 106.05%의 합산비율을 기록, 대형사 대비 손해율은 높으면서 사업비는 적은 이중고에 시달린 모습을 보인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반복해 보험료를 인하한 여파가 올해 손해율에 반영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중소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