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일당보험금 미지급 갈등 격화…금감원 다시 칼 빼들까?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불분명한 약관에 근거해 암보험일당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업계가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인정되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시에만 보험금을 지급해 왔으나 정작 소비자들이 전달받은 약관에는 해당 진료 내역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문제를 약관에 근거해 판단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국회에서도 이를 문제시하면서, 암보험일당보험금 미지급 논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자살보험금사태, 금감원 압박에 생보사 ‘백기투항’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했던 암보험일당보험금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는 과거 판매했던 암보험일당특약의 보험금을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시에만 지급했으며, 예후 관리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계약자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은 2000년대 중반 대법원이 내린 판례에 근거한다. 당시 대법원은 보험사 약관에서 정한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입원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종양 약물치료에 한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암보험일당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항암진료를 목적으로 입원해야하며 합병증이나 후유증 관리를 위한 입원의 경우 보험금 부지급 사유가 된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같은 법원 판례와 별도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교부한 약관에는 ‘직접적인 치료’ 라는 문구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 법원이 제시한 치료 유형이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관으로 보험금 지급 조건을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 입장에서 예후 관리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 등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생명보험업계를 뒤흔들었던 자살보험금 사태와 맥락을 같이한다. ‘불분명한 약관’에 근거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사들이 졸지에 미지급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생보업계는 약관에 자살자에게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겠다고 명시해두고는 2배 이상 낮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텼지만 결국 미지급 보험금 전액을 지급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기관경고, CEO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 카드를 꺼내들었으며 CEO 연임이 위태로워진 생보사들은 뒤늦게 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 금융당국에 백기를 들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상법 보험편에서는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될 경우 약관을 만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져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불분명한 약관을 작성한 보험사는 판례를 핑계로 보험금을 주지 않았던 책임을 지고 미지급 보험금 전액을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작성자 불이익 원칙 적용 이번에도?
소비자들의 민원으로 시작된 암보험일당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소비자단체를 통해 금감원과 국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암보험일당 보험금 부지급 횡포고발센터(고발센터)’는 지난달 13일 암환자 200여명과 금감원 앞에서 보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불공정한 약관을 제작한 보험사가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 전액을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금감원이 나섰다.

당시 금감원은 해당 민원을 분쟁조정위에 회부하며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와 동일하게 판례가 아닌 약관에 근거해 분쟁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는 국회에서도 보험사의 불분명한 암보험 약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모호한 약관으로 인해 매년 소비자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개정 노력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암보험 피해 구제 사례는 2015년 72건에서 2016년 140건으로 늘어난 이후 작년 20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날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험사의 암보험 약관에 명시된 직접적인 치료 목적 표현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며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축척된 암보험 관련 판례를 일정 기간이나 정례적으로 암보험 상품 약관에 넣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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