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약관 책임소재 관건…금감원 판단에 관심 집중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은 암보험입원일당보험금이 모호한 약관으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보험사는 과거 판례 등에 근거해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인정되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시에만 보험금을 지급해 왔으나, 정작 소비자들이 받은 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문제를 분쟁심의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면서 판례가 아닌 약관을 우선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 해석 결과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보험금지급, 판례우선VS약관우선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과거 판매된 암보험입원일당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암보험일당 보험금 부지급 횡포고발센터(고발센터)’는 13일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암환자 200여명과 함께 금융감독원 앞에서 보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같은 갈등은 보험사가 법원 판례를 우선 적용해 보험금 부 지급을 결정한 반면 소비자들은 가입 당시 받았던 약관에 근거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촉발됐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과정에서 판례와 약관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이번 암보험일당보험금 지급 갈등을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보험사들은 암보험 상품의 특약으로 함께 판매했던 입원일당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으로 입원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2000년대 중반 대법원은 보험사 약관에서 정한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종양 약물치료 등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로 한정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 역시 해당 입원을 제외한 암의 합병증이나 후유증 관리를 위한 입원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고발센터 집회에 참여한 대다수의 환자들이 요양병원 입원 이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이유다.

반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고발센터는 이 같은 보험금 미지급 사유가 소비자가 수령한 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불분명한 약관을 제작한 보험사에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 소비자들에게 암보험입원일당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발센터 최철규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암의 직접치료와 요양병원에 입원시 부지급 사유가 약관 규정에 없는 상황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의 행태는 횡포”라며 “암입원일당보험금 미지급은 자살보험금 사태와 동일한 추세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약관 따라 해석한다는 금감원…업계 관심 집중
금감원은 고발센터와의 면담을 통해 암입원일당보험금 지급 문제를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보험사의 판단 근거인 대법원 판례가 아닌 약관에 기초해 분쟁을 조정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행정지도를 통해 보험업계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도록 유도한바 있다.

금감원이 약관에 기초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경우 자살보험금과 예치보험금 가산이자와 동일하게, 암입원일당보험금 또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불분명한 약관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약관을 작성한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을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때 보인바 있다”며 “금감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