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제한 비판에도 업계 난색…“가입자 역선택 우려 높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주력 특약으로 부상하고 있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가입자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단독상품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일배책은 일상생활 중 사고로 발생한 대인‧대물 배상 책임을 폭 넓게 보장하지만 고의적인 사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기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

이에 금융당국이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온라인 소액보험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손보사들은 상품 판매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으로 시장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배책 단독판매 불가…손보업계 ‘마지노선’
2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다양한 배상책임을 보장해주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손보사들은 이를 특약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일상 생활중 사고로 발생한 인적‧물적 배상금을 실손 보상해주는 상품으로 월 1,000원 수준의 보험료로 다양한 배상책임을 보장한다.

저렴한 보험료로 넓은 범위의 사고 책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일배책 단독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손보사들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에도 손보사들이 일배책 단독 판매에 난색을 표하는 원인은 해당 상품이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일배책은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사고를 보장하는 구조상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 액수와 청구 건수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는 상품이다.

손보사들은 고의에 의한 피해와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피해,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역선택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판에도 일배책이 보험사기의 손쉬운 표적이 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 문제다. 폭넓은 보장 범위가 역으로 보험금 지급업무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일배책 가입자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고의 고의성을 일일히 검증하기 어려울뿐더러, 단독 판매시 보험금지급 심사 업무가 과중되면서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에 일배책이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예상을 상회할 경우 손보사의 역마진 부담은 커진다”며 “손해율 관리를 위해서는 일배책을 단독판매가 아닌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장성보험의 특약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쪼개서 나눠 팔자’는 금융당국…활성화는 의문부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손해보험 혁신‧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보험 가입 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판매를 촉진할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는 일상생활 속 위험 보장이 필요한 손보 상품을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재화 및 서비스와 연동해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금융당국이 소액 간단보험 대리점 등록 요구 기준도 완화하고 단체보험 가입도 허용하면서 개별 사고를 보상하는 ‘미니보험’ 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사고를 폭넓게 보장하는 일배책은 손해율 급증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소액보험은 특정 사고만을 보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

금융위가 일배책에서 나타났던 소비자 선택권 제한 문제의 해법으로 ‘쪼개서 나눠 파는’ 소액보험 시장 활성화를 대안으로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이 같은 조치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액보험 시장 활성화 제도가 판매채널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2015년 도입했던 단종보험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소액보험이 소비자들의 가입 자체가 크지 않았던 단종보험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여전히 손보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가 온라인 소액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매채널 정비는 물론 보험금 지급을 위한 부서를 신설하고 유지비용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며 “가입자가 적어 도입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단종보험과 마찬가지로 손보사들은 소액보험 시장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경우 투자 대비 보험료 수입이 부족한 상황을 상정해 시장 진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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