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차 운전하다 다친 경우 車보험 우선 처리가 유리

[보험매일=이흔 기자] 정부는 출퇴근 중 자동차사고를 당할 경우 자동차보험보다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꼭 그러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보험 중 자기신체 손해(자손)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자동차보험금을 먼저 청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출퇴근 중 발생한 자동차사고에 대해 산재로 신청하라고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산재보험은 운전자의 과실과 관계없이 법에서 정한 수준의 보험급여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이런 설명은 자동차보험의 자손 담보에 한정하면 틀린 내용이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자손은 자동차보험금을 먼저 청구하고 나서 산재보험을 신청하는 것이 가입자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손 보험은 운전자나 그 가족이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인한 상해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자손 가입률이 91.6%로, 자동차보험 가입자 대부분이 자손에 가입돼 있다.
자동차보험금을 우선 청구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자동차보험에서는 자손 보험금의 중복 지급을 제한하지만, 산재보험은 중복 지급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말대로 먼저 산재보험으로 처리해 보험급여를 받고서 자동차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산재보험으로 받은 금액을 제하고 보험금을 준다. 자손 담보 약관에 공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동차보험에서 자손 보험금을 우선 받고서 산재보험을 신청하면 산재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받은 금액을 공제하지 않고 보험급여를 100% 지급한다.
2015년 대법원 판례에서 자손 보험금의 공제를 금지해서다.
당시 대법원은 자손 보험은 순수 상해보험이고 산재보험은 손해배상책임보험으로 지급사유가 다르므로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자손 보험금은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중 어느 것을 먼저 청구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험금 규모가 달라진다.
단, 자동차보험금을 먼저 청구한다고 해서 항상 자동차보험금과 산재보험금 둘 다 전액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회사별로 약관의 공제 규정이 달라서다. 어떤 보험회사는 공제 대상을 제삼자로부터 '보상받은' 금액이라고 하고 다른 보험회사는 제삼자로부터 '보상받을' 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규정이 '보상받은'인 경우 자동차보험금 청구 당시 산재보험금을 받지 않은 상황이므로 둘 다 전액 받을 수 있지만, '보상받을'의 경우는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금이 공제되고 남은 보험금만 받는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출퇴근 교통사고를 산재 처리하라는 홍보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사고도 산재 처리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서다.
개정 전 산재보험법에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사고'로 간주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넘어져 다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자전거가 회사에서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16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산재보험법이 개정됐다.
정부는 올해 출퇴근 자동차사고에 따른 산재보험 예산으로 4천500억원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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