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금융 임원 겸직 제한…위험 크면 의결권 제한 조치

[보험매일=이흔 기자] 정부가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화를 막고자 내년부터 삼성과 현대차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을 통합 감독하기로 했다.

금융계열사 간 상호출자액을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을 평가해 이에 상응하는 위험관리시스템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런 제도 변화는 재벌계 금융그룹의 자본 확충이나 지분 매각 등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과 한화, 현대차 등 주요 금융그룹 대표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금융계열사를 그룹의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없애고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 경우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해당된다.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통합 자본의 적정성과 위험관리상황 등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룹별 대표회사를 선정해 금융계열사가 참여하는 위험관리기구도 설치·운영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그룹은 금융부문 전체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업권별 자본규제 최소기준의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당국은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산정할 때 금융계열사 간 출자(순환출자 포함)분을 적격자본에서 빼고, 모회사 차입금을 활용한 계열사 자본 확충 등은 필요자본에 차감 반영하기로 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그룹의 적격자본이 필요자본 수준에 미치지 못해 추가로 자본을 적립하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의 통합위험도 주기적으로 평가·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총 익스포저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 ▲특정 산업부문에 대한 총 익스포저 ▲그룹 평판리스크가 금융부문 영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해 비상시 금융부문의 생존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비금융 계열사 간 방화벽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비금융간 임원 겸직을 제한하고 비금융 계열사의 임원이 금융부문으로 이동할 때 숙려기간을 둬야 한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위원회나 승계프로그램도 내실화해야 한다.

내부거래 측면에선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총 익스포저를 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매출·수익의존도를 살펴야 한다.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할 때 거치는 이사회 심의절차도 강화해야 한다.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추가 출자는 제한되고 동반 부실화의 위험이 현저하다고 판단하면 계열사 간 의결권을 제한당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 통합감독법을 제정하면서 시범 운영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금융위와 공정위의 규제가 중복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통합 감독이 각 업권별 감독과 병합되면서 과도한 규제가 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통합감독은 그룹의 명암이 금융계열사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라면서 "모범규준·법제화 등 입안단계는 물론이고 제도운용 과정에서도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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