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인과 함께읽는 사기(史記)
서로 죽이지 않고도 전쟁의 목적을 이루다晉과 秦의 협공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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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5  10: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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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人之力而敝之 不仁 인인지력이폐지 불인
나를 도와준 사람을 치는 것은 방탕한 일이다. (<左氏傳> 희공30년)
진 문공이 정나라를 함께 공격하다가 단독 철군하는 섬진을 공격하자는 대부의 말에

섬진(秦)의 목공이 당진(晋) 문공의 환국을 도와준 이후 두 나라의 밀월이 시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목공은 문공이 섬진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딸들을 주어 결혼하게 하였으므로 두 나라는 인척관계이기도 했다.

문공이 망명시절 다른 제후들로부터 받은 은혜와 원한을 철저히 되갚아주는 과정에 정(鄭)나라가 개입한다. 초나라와 대적할 때에 정나라가 초나라의 편을 든 것이다. 정나라는 진 문공이 망명객으로서 그곳을 찾아갔을 때 그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 당시 정 문공은 대부 숙첨이 예우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하자 “그 많은 망명객들을 어찌 일일이 예우하겠느냐”며 무시했었다. 진 문공이 원한과 은혜를 철저히 갚아나가는 것을 보면서 정나라 군주는 두려움을 느꼈다. 진나라에 사죄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테지만, 정 문공은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오히려 진나라를 적대하여 맞서는 정책을 택했던 것이다.

게다가 정나라에서는 군주 문공이 자기 아들들을 죽이거나 추방하는 사건이 벌어져서 공자 난(蘭)이 진으로 피신해 왔다. 난은 진 문공을 따랐으며 진 문공 또한 난을 아껴서 곁에 두었다. 진 문공은 정 공자 난에게서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이다. 진 문공은 공자 난을 정나라로 돌아가게 해서 태자의 자리를 되찾게 하고 싶었다. 정나라를 정벌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정나라도 만만한 나라가 아니어서 진 문공은 정나라 정벌에 섬진을 끌어들였다. 이유야 어떠했든, 동맹국인 섬진은 기꺼이 달려와 정나라 정벌에 가담했다. 섬진과 당진이 합세하여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정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우선 처음 돈 소문은 진 문공이 공자시절의 원한을 갚으려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원한의 주 대상은 숙첨이라는 말이었다. 대부 숙첨은 당시 자기 주군에게 공자 중이를 제후의 예로써 대우하라는 것이었고, 주군이 이를 거절하자 '그러려면 아예 죽이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원한의 책임으로 치자면 정 문공의 어리석음이 으뜸이겠지만, 정 문공은 (비겁한 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숙첨을 원망했다. 그러자 숙첨은 “신이 그를 죽이자고 한 것이 오늘 공격을 받게 된 원인이라면 제가 목숨을 내놓는 것으로 적이 물러나겠군요.”하면서 다른 변명을 남기지 않고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진 문공의 연합군은 물러나지 않았다.

정나라 대부 일지호가 군주에게 말했다. “지금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우니 섬진의 목공에게 보내 협상을 구해 보시지요.” 그는 대부 촉지무를 사신으로 천거했다. 정 문공이 촉지무에게 임무를 맡기려 하자 촉지무는 사양했다. “저는 젊어서도 남보다 못했는데, 더구나 이제 늙은 몸으로 감히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대우가 소홀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정 문공은 급히 사과하면서 “내 일찍이 그대를 등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오. 그러나 지금 정나라가 망하면 그대에게도 또한 이로울 게 없으니 반드시 나서서 수고를 해주시오.”

촉지무가 밤에 진 목공의 진영으로 찾아갔다. “두 강국이 우리 정나라를 포위했으니 우리는 이미 망할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나라를 정복한다 해도, 귀국은 우리와 거리가 멀어 영토를 차지할 수 없습니다. 결국 당진만 더욱 강대해져 장차 섬진에는 위협이 될 것입니다. 정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를 내버려 두어 장차 당진이 위협이 될 때에 우리로 귀국에 협조하게 한다면 큰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진 목공은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여 동맹 서약을 받아들이고 철수했다.

섬진이 돌아가자 당진 또한 단독으로 정나라를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진 문공은 정나라를 압박하여 공자 란을 다시 태자로 세우겠다는 약속을 받고 철수했다. 두 나라가 공격하여 한 나라를 포위했다가 그대로 돌아섰는데,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각기 소득을 얻었으니 전쟁치고는 특이한 전쟁이다.

이야기 PLUS

의리를 지키는 일도 때로는 곤란에 처할 수가 있다. 진 문공은 망명시절 송나라 양공의 보호를 받았고, 초나라 성왕에게서도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은인인 초나라가 또 다른 은인 송나라를 포위하니 누구를 돕기도 곤란하여 난처해졌다. 또 원한이 있는 정나라를 치기 위해 은인인 섬진 목공의 도움을 받았는데, 섬진과 정나라가 동맹이 되니 그 또한 난처한 일이었다. 진 문공은 그때마다 적절한 우회적 방법을 택함으로써 의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섬진이 정나라의 동맹을 받아들여 철군하려 하자 당진의 구범은 문공에게 섬진의 군대를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진 문공은 섬진 목공에게 입은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와준 사람을 쳐부수는 것은 방탕한 것이며, 내 편을 저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좋은 사이를 어지럽히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因人之力而敝之 不仁 失其所與 不知 以亂易整 不武).”

“저는 젊어서도 남보다 못했습니다. 이제 늙기까지 했으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촉지무가 사양하자 정 문공이 급히 사과하며 말했다.
“내 일찍이 그대를 등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오. 그러나 지금 나라가 망하면 그대에게도 또한 이로울 게 없지 않겠소?”

丁明 : 시인 peac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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