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인과 함께읽는 사기(史記)
너무나 강직하여 숨어버린 개자추晉 문공-개자추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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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6  10: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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尤而效之 罪又甚焉 우이효지 죄우심언
(남의 잘못을 비난하면서) 같은 짓을 한다면, 그 죄는 더욱 크다 <春秋左氏傳>
상을 탐내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개자추가 왜 상을 구하지 않느냐는 어머니에게

아무리 논공행상을 잘한다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아버지의 분노를 피해 망명한지 19년, 때로는 노숙을 하고 때로는 식량이 떨어져 흙 묻은 밥을 구걸해 먹기도 했다. 그 세월 한결같이 곁을 지키며 동고동락한 가신들의 도움은 신하로서의 충성이나 공로를 넘어 은혜에 가까웠다. 떠도는 그를 얕보고 함부로 대하여 원한을 갖게 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군자에게는 원한보다 은혜가 중한 법이다.

진(晉)을 향해 입국할 때는 모두들 감회에 젖어 있었다. 진(秦)목공의 배웅을 받으며 황하를 건널 때, 그를 동행했던 구범이 문공에게 스스로 떠나기를 청하였다.

“신이 말고삐를 잡고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주군께 무례한 짓을 많이 하였습니다. 신도 이 사실을 잊지 못하는데, 주군께서야 어찌 모르시겠습니까. 이제 용서를 청하며 다른 곳으로 떠날까 합니다.”

구범은 충신이다. 문공의 외삼촌으로써 때로는 그를 위하여 꾸짖기도 하였고, 특히 제나라에 머물며 문공이 떠나기를 거부할 때에는 그를 속여 술에 취하게 한 뒤 수레에 싣고 길을 재촉하지 않았던가. 군주가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는 그게 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지만, 생각하기 따라서는 무례했던 일이라 신하로서 마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공이 말뜻을 알아듣고 황망히 제지하면서 말했다.

“이제 환국하여 나라를 차지하고 나면 아저씨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러면 어려운 시절에 있던 일로 트집 잡아 참소하는 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 황하의 하백(河伯)에게 맹세코, 그런 자가 있다면 반드시 처벌하겠습니다.”

문공은 맹세하면서 갖고 있던 큰 구슬을 황하에 던져 넣었다.

새 왕과 신하 사이에 신의의 서약이었다.

이오를 따라 망명했던 다섯명의 현사(賢士) 가운데 한 사람인 개자추(介子推)는 성품이 너무나 강직하였다. 도성이 가까워질수록 주군 곁에서 과거의 공을 인정받으려고 아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메스꺼움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논공행상이 있었지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개자추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보다 못해 말했다.

“너는 그동안 함께 고생을 했는데, 왜 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

“상을 탐내는 자들을 제가 욕했는데, 그들처럼 보상을 요구한다면 저의 죄는 더 큽니다. 이미 그들을 원망했으니, 그 녹을 먹지 않겠습니다(尤而效之 罪又甚焉 且出怨言 不食其食).”

그러자 어머니도 아들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개자추의 시종이었던 사람이 도성으로 가서 궁문에 대자보를 붙였다.

“용이 하늘에 오르고자 하니, 다섯 마리의 뱀이 보좌했다. 용이 구름 위에 오른 뒤 네 마리의 뱀은 각기 처소를 마련했는데, 한 마리 뱀은 홀로 원망하여 마침내 그 처소를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문공이 글을 보고, 비로소 개자추를 찾게 되었다. 사람을 보내어 찾게 했지만 아무리 수색하여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문공은 하는 수 없이 개자추가 들어간 산 일대의 땅을 모두 개자추의 봉토로 지정하고 산 이름을 개산(介山)이라 하였다.

수행한 일행 가운데 호숙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아마도 칭찬할만한 공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 또한 보상을 기다렸으나 받지 못했다. 기다리다 못해 상을 청하자 문공이 답을 내렸다.

“인의로써 과인을 인도한 사람과 덕혜로써 과인을 지킨 사람에게 일등상을 내렸다. 행동으로 과인을 보좌한 사람에게 이등상을 내렸고, 활과 바위의 위험을 무릅쓰고 땀 흘린 공로가 있는 사람은 그 다음의 상을 내렸다. 힘을 다하여 과인을 섬겼으나 과인의 잘못을 보완하지 못한 사람은 그 다음이며, 이들에게 상이 다 내려간 뒤에 그대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이야기 PLUS

새 권력이 들어서면, 그 권력이 탄생하기까지 자신이 공을 세웠다고 나서는 자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마땅히 보답을 받아야 할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만으로도 큰 보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가 약한 권력자는 그들의 탐욕스런 창자를 채워주느라 국가기관에 무수한 낙하산 인사를 행하고, 심지어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爲人設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고서야, 애당초 권력의 목표가 백성을 위한 바른 정치에 있는지 자기 일파의 뱃속을 채우려는 데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한편, 상을 탐내는 사람들은 크게 보상 받은 사람들을 시기하여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이들의 허물을 들춰내고 참소하기도 한다. 왕의 귀가 얇으면 억울한 공신들도 생길 수 있다. 현명했던 문공은 참소하는 자들을 처벌하기로 서약함으로써, 탐욕스런 자들의 무고를 원천 봉쇄하였다. 냉정을 잃지 않은 진문공의 인사는 지금 사람들에게도 배울 바가 많다.

“어째서 상을 요구하지 않느냐.
이대로 죽고 나서 원망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어머니의 말에 개자추가 말했다.
“남의 잘못을 꾸짖으면서 그들처럼 보상을 구한다면 저의 죄는 더 클 것입니다.”

丁明 : 시인 peac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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