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연구원 실태 보고서…"건보 보장률 높지 않은 탓"

[보험매일=이흔 기자] 암보험, 상해보험 등 건강과 질병 관련 각종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가구가 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있는데도 보장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개개인이 미래 발생할지 모를 의료적 위험으로 인한 가계 파산만은 회피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9월 전국 20∼69세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 2천명을 대상으로 민간의료보험 가입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는 가구 비율은 86.9%(1천738명)에 이르렀다.

한 달에 내는 민간의료보험료를 알고 있는 응답자 66.1%(1천322명)만을 상대로 월평균 내는 민간의료보험료를 조사해보니, 28만7천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20만원 이상~50만원 미만 52.0%,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 21.3%, 50만원 이상 12.9%, 5만원 이상~10만원 미만 8.2%, 5만원 미만 5.6%였다.

민간의료보험 가입률과 보험료 부담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연구원은 "이런 현실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있는데도, 가계의 실질적 의료비 부담 가중으로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을 보충하는 대표적 민간의료보험인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가구 비율은 83.5%에 달하며, 월평균 14만7천원의 실손의료보험료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주된 이유로는 69.2%가 '불의의 질병 및 사고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덜기 위해서'라고 해 가장 많았다. 28.4%는 '국민건강보험의 서비스 보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행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높지 않기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다는 말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가구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보험료 납부액수가 많을수록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높았다. 경제적으로 소득이 많은 가구에서 민간의료보험에 많이 가입한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 가구, 주관적 건강상태가 허약하다고 느끼는 가구, 가구원 중에 장애인이나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구, 고액치료비가 발생하는 가구 등 취약계층은 오히려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낮았다.

민간의료보험사가 위험이 적은 환자를 선택하고 위험이 크거나 예측이 힘든 환자는 회피하는 '위험 전가 현상'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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