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금 수혈 규모 4조원…급한 불 끄는데 급급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에 대비한 보험업계의 자본확충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을 통해 4조원 이상을 수혈 받으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보험업계는 각종 자본확충 수단의 흥행을 과시하며 재무안정성이 확보됐다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빚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올 한해 자금수혈 규모 4조원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보험업계가 2021년 도입되는 IFRS17에 대비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을 통해 끌어온 돈은 4조4,700억원 이상이다.

부채의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17은 보험사의 대규모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자금 수혈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자본확충 규모는 1조원4,000억원 가량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기업으로부터의 유상증자 또는 후순위채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힘써오던 보험업계였으나 올해는 좀 다르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요건을 완화, 일부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금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올해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흥국생명, 하나생명, DB생명, DGB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현대해상, DB손보, 롯데손보 등 총 15개사였다.

해당 회사 중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는 한화생명(5,000억원), 흥국생명(350억원, 5억 달러), 현대라이프생명(400억원), DB생명(300억원) 등이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그간 보험사의 주 자본확충 수단이었던 후순위채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30년 이상의 초장기채일 뿐만 아니라 전액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기 때문에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결국은 보험사의 빚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FRS17 도입이라는 대형 이슈로 재무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또 다른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주요 자본확충 수단으로 떠오른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만기가 길어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생존을 위해 발행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들은 흥행 성공을 바탕으로 재무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알리기 바쁘지만 결국은 빚이다”라고 꼬집었다.

◇ 자본확충 러쉬 한동안 이어질 듯
보험업계는 한동안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지급여력제도 도입 등 IFRS17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수단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일부 중소형사의 경영난에 따른 RBC비율 악화 등으로 자금수혈을 받았음에도, 재무건전성이 확보가 안 돼 추가적인 자금수혈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가 사실 더 급한 상황이다”라며 “일부 보험사는 이미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인 만큼 내년도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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