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손해 면책조항' 때문…태풍·홍수는 1999년부터 보상

[보험매일=이흔 기자] 포항 지진을 계기로 태풍·홍수와 마찬가지로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인한 자동차 피해는 50여 대로 파악됐다.

지진으로 인한 주택 피해 규모가 2만여 건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자동차의 경우 건물 옆에 주·정차돼 있다가 건물 파손에 따른 낙석에 맞아야 하는 등 지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주택에 비해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택 피해와 달리 자동차 피해는 보험에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자동차보험은 약관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를 면책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같은 자연재해지만 태풍이나 홍수에 따른 침수 피해는 보장한다.

자동차보험 약관이 '흐르거나 고인 물, 역류하는 물, 범람하는 물, 해수 등에 자동차가 빠지거나 잠기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이 태풍·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를 보상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5월부터다.

1998년 여름 집중호우로 자동차 3만여대가 침수돼 보상 여부를 둘러싸고 손해보험사와 피해자 간 갈등이 커지자 이듬해 금융당국이 관련 약관을 손질했다.

당초 개정 전 약관에서는 '도로운행 중 차량 침수로 인한 손해'만을 보상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주·정차된 차량이 대량으로 침수 피해를 보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면책되는 자기차량손해 대상에서 태풍·홍수·해일 등을 제외해 주·정차 상태에서 침수 피해를 당할 경우에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태풍이나 홍수 피해에 대해서 보상해주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풍·홍수 피해를 보상하라고 했을 때 보험업계는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으나 이제는 당연히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진에 따른 피해 보상도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보험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부터 보험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면책조항이 있는 것"이라며 "보험료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진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지진 피해를 보상할 수 있게 약관을 개정하고 필요하다면 요율에 반영해서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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