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보호 방안 모색 필요성 부각…보험사‧설계사단체 대립 ‘팽팽’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권을 부여하는 사안을 놓고 정부와 보험사, 노동계가 격론을 펼쳤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해 획일적으로 보호하는 것보다 업권 특수성을 고려한 선별적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했으나 세부적인 방법에서 이견을 나타냈다.

보험사는 위촉계약서 모범규준을 개선하고 단체보험 가입률을 높이자 주장한 반면, 설계사 단체는 근로자 인정 유무와 별개로 설계사들이 보험사와 직접 협상할 수 있는 노동 기본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했다.

◇ 노‧사‧정 선별적 보호방안 필요 ‘한 목소리’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주최로 개최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합리적 보호방안 대토론회’에서 보험사와 설계사 단체의 의견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험협회와 학계, 노동계는 범주가 모호한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해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타 업권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사실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특고직 종사자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업권별로 세분화된 법률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행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에 특고직을 일괄적으로 포함시킬 경우 업권별로 사용자와의 종속성과 급여 수준이 다른 다양한 특고직 종사자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험사 및 학계는 금융감독원이 제정한 위촉계약서 모범규준 등을 재정비해 설계사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을 개선하고, 단체보험 가입을 확대해 산재보험을 대신할 것을 제안했다.

보험사 또한 설계사 내부에서조차 노동권 획득과 사회보험 가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설계사 노조 설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생명보험협회 김홍중 본부장은 “보험설계사는 개인별로 수입 차이가 큰데다 세금납부 및 고용안정성을 우려해 사회보험가입 및 노조설립을 반대하는 설계사들도 다수 존재한다”며 “설계사의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방식으로는 저 실적 설계사들과 고령자, 주부들이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잃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직업별 특성에 맞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조하면서도 약자보호라는 법 취지에 맞춰 설계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김형동 본부장은 “4차산업 혁명의 시기에 우리의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은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다”머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고직 종사자들은 계약 상대인 회사의 수익을 목표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넓은 의미의 근로자”라고 말했다.

◇ “사전기획 설문조사 믿을 수 없어…노동권은 약자의 당연한 권리”
설계사 단체 또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학계와 보험사의 논리를 반박하며 노동계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전국보험설계사 노동조합 소속원들은 신보라 의원 개최사가 끝난 이후 설계사 노동3권 부여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강행, 발제발표가 10분간 지체됐다.

전국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은 토론이 끝난 이후에도 별도의 발언시간을 얻어 설계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집중된 이번 토론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설계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성 인정 유무가 아니라 보험사와의 직접 교섭이 가능토록 노동 기본권을 쟁취하는 것이며 이는 약자 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취지에 부합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보험사의 주장과 달리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받더라도 납부할 세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설계사 납부 세금이 급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보험사들이 세금폭탄을 빌미로 설계사들의 여론을 호도, 노동권 획득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설계사 단체는 보험설계사들이 노동 기본권 획득과 4대보험 가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된 통계 자료가 보험사의 의도에 따라 사전 기획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국보험설계사 노동조합 오세중 위원장은 “최근 노동기본권 및 4대보험 가입과 관련해 설계사들의 의견을 취합했던 설문 조사가 보험사의 사전 교육에 따라 기획된 정황이 파악됐다”며 “설문조사를 주관했던 보험연구원에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사들은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노동권의 기본은 약자가 강자와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며 이는 설계사가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라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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