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도 힘든데 신인 유치 압박까지…실적 달성 뒤 방치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모집질서 문란, 불완전판매, 보험사 간 분쟁을 야기하는 보험설계사 리쿠르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보험설계사들의 이탈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가운데 영업조직 유지를 위한 과도한 리쿠르팅 수당과 정착지원금을 미끼로 설계사 유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영업조직 내부에선 관리자급 설계사들이 리쿠르팅 실적 강요가 금지행위로 규정돼 있음에도 일반 설계사들에게 여전히 실적 달성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 영업 현장에선 리쿠르팅 압박 횡행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와 GA의 영업조직 유지 및 확대를 위한 보험설계사 리쿠르팅 제도가 설계사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경기불황 장기화, IFRS17 도입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인 설계사 리쿠르팅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

현재 영업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반 보험설계사들에게 리쿠르팅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집중해야 하는 보험설계사들의 리쿠르팅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보험설계사들에게 리쿠르팅 노하우를 제공하는 강의까지 열린다.

보험설계사들이 리쿠르팅 활동에 열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리쿠르팅에 성공할 경우 회사에서 지급되는 수당이 목적이다.

각 보험사마다 모집 수당 및 지급기준에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리쿠르팅을 통해 유치한 신인 보험설계사가 특정 기간 동안 이탈하지 않고 실적을 달성할 경우 수십만원이 수당으로 지급된다.

지인영업 한계에 봉착한 설계사들의 경우 리쿠르팅을 통한 수당 확보는 쏠쏠한 수익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업 한계에 봉착한 설계사이 리쿠르팅을 통해 관리자로 승급을 노리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제시하는 영업실적 및 리쿠르팅 실적을 달성할 경우 지점장 또는 부지점자 등 관리자로의 승급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두 번째는 소속 영업조직 관리자급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리쿠르팅에 나서는 경우다.

관리자급 설계사들은 관리 지점 소속원들의 모집 계약, 리쿠르팅 실적의 일정부분을 수당으로 지급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리자급 설계사들이 일반 설계사들에 대한 리쿠르팅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영업 일선 설계사들의 설명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보험설계사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보험설계사 표준위촉계약서 모범규준을 마련, 금지행위로 보험설계사 증원 강요를 규정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회사 차원에서 소속 설계사들에게 리쿠르팅을 강요하는 경우는 없다”면서도 “다만 소속 지점 관리자급 설계사 특히 팀장급 설계사들의 경우 리쿠르팅 실적 달성을 요구하는 경우다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 최대 피해자는 신인 설계사들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이뤄지는 보험설계사 리쿠르팅은 부작용을 낳는다. 무분별한 리쿠르팅에 따른 자격 미달 보험설계사의 시장 유입과 불완전판매, 최악의 경우 영업조직 유출을 둘러싼 보험사간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리쿠르팅을 통해 유치된 신인 설계사 본인의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리쿠르팅 당시 각종 정착지원금과 베테랑 설계사들의 영업노하우 제공 등의 감언이설로 꼬드긴 뒤 방치해버리기 때문이다.

모 생보사의 경우 기본 실적만 유지해 줄 경우 1년간 각종 지원과 1년 이후부터는 실적압박이 없는 자유로운 영업을 약속했으나, 리쿠르팅을 통해 유치한 신인 설계사들을 11개월차에 작성계약 등의 이유를 만들어 해촉한 뒤 정착지원금을 모두 환수했다.

한 보험설계사는 “감언이설로 신인 설계사들을 꼬드긴 이후 방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며 “그야말로 리쿠르팅 실적만 달성하고 쓰고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분별한 리쿠르팅은 보험산업의 이미지 저하뿐만 아니라 설계사 본인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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