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큰 원금보장형 '저금리'에 수익률 1%대…"투자 다변화 필요"

[보험매일=이흔 기자] 올해 증시 활황으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급증했다.

그러나 비중이 작은 탓에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기여도는 미미했다.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워낙 커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세다. 

원금 손실 우려로 저위험·저수익 투자 행태가 지속돼 왔지만 수익률 하락세 속에서 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은행·보험 등 각 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간 수익률을 보면 원금비보장형이 원금보장형을 압도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형) 기준으로 볼 때 증권사 중 퇴직연금 적립금이 가장 많은 현대차투자증권의 경우 비원리금보장 상품 1년 수익률이 4.76%로 원리금보장형 상품(1.52%)의 3배가 넘었다.

대신증권도 비원리금보장형이 4.97%, 원리금보장형이 1.78%로 격차가 컸고 미래에셋대우도 비원리금보장형 3.99%, 원리금보장형 1.72% 등이었다.

은행도 상황은 비슷해 신한은행의 경우 원금비보장형이 3.38%로 원금보장형(1.27%)을 크게 웃돌았고 하나은행도 각각 2.93%, 1.25%로 격차가 컸다. 또 국민은행은 원금비보장형 2.58%, 원금보장형 1.24%였고 우리은행은 각각 2.44%, 1.26%였다.

보험사는 원금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이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생명은 원금비보장형 1년 수익률이 9.20%인 반면 원금보장형은 1.73%에 그쳤다. 교보생명은 5.97%, 1.56%였고 미래에셋생명은 5.60%, 1.84%였다.

현대해상은 원금비보장형 수익률이 9.60%로 월등하고, 원금보장형은 1.94%였으며 삼성화재도 각각 8.27%, 1.58%로 간격이 컸다. 

최근 1년간 원금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펼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식투자로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렇지만 원금 보장형·비보장형을 합한 전체 수익률은 최근 3년간 수익률과 비교해 오히려 저조한 편이다.

원금보장형 비중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원금보장형 수익률이 총수익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의 경우 DB형 전체 운용자금 8조6천162억원 중 원금보장형이 8조1천932억원으로 95.1%이고 원금비보장형은 4.9%에 그친다. 원금비보장형 수익률이 4.76%로 높아도 전체 수익률은 1.67%로 떨어지는 이유다.

원금비보장형 최근 1년 수익률이 4.76%로 최근 3년간(2.79%)보다 월등히 높지만 총수익률은 낮은 것은 최근 1년간 원금보장형 수익률이 더 저조하기 때문이다.

현대해상도 1년간 원금비보장형 수익률이 9.60%지만 전체 수익률은 1.94%에 그치고 삼성생명도 원금비보장형(9.20%)과 전체 수익률(1.85%)은 격차가 컸다.

퇴직연금의 상당 부분이 정기예금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보니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이후 이번 달까지 17개월째 최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대안의 하나로 '디폴트 옵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운용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보다는 주식이나 대체투자상품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디폴트 옵션 도입 등을 담은 개인연금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공청회를 열었으며 올해 5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전달되진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좀더 검토할 사항들이 있어 검토 중"이라며 "올해 국회에 제출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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