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때문에 지반 토사 유실…수시 점검했다면 확인 가능"

[보험매일=이흔 기자] 하수관 누수 때문에 도로가 내려앉아 사고가 난 경우 하수관 건물주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누수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고려해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김행순 부장판사)는 S화재해상보험이 서울에 있는 R쇼핑몰의 관리단과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S사에 2억4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R쇼핑몰에서는 2012년 9월 3일 건물 앞 지반이 침하해 8층 옥외 간판 보수작업을 하던 고소작업차(높은 곳에서 공사나 보수를 하는 데 쓰이는 차)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차의 보험사였던 S사는 사고로 다친 보행자 등 8명의 치료비와 차량 피해액을 포함해 보험금 총 3억3천여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S사는 "R쇼핑몰과 서울시가 하수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며 보험금 전액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쇼핑몰 측은 "하수관을 완공할 때 준공검사를 받으면서 설치상 하자가 없음을 확인받았다"며 책임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R쇼핑몰이 점유한 하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맨홀 근처 지반 토사가 유실돼 도로 침하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쇼핑몰 관리단이 수시로 점검했다면 누수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청구액을 모두 주라고 판결했다.

또 "침하한 도로가 객관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던 점에 비춰볼 때 도로관리청인 서울시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연대 책임을 지도록 했다.

항소심은 1심과 같이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작업을 하던 이들이 안전모 등 보호용구를 착용하지 않아 손해를 확대했다고 볼 수 있고, R쇼핑몰과 서울시가 하수관의 문제점을 발견해 예방 조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책임을 60%만 인정했다.

S사는 1심 후 지급한 보험금 등을 더해 2심에서 청구액을 4억1천여만원으로 늘렸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60%를 쇼핑몰 관리단과 서울시가 함께 주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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