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반발‧결제망 구축 비용 부담에 수년째 ‘장롱 속’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이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놓고 대립하는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의 행보 속에서 다시 부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험사에서도 고객 계좌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들은 지급결제 업무를 인가를 받은 은행의 고유 업무로 판단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법인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증권업계의 행보를 지켜본 뒤 손해‧생명보험 협회장 인사 작업이 마무리 된 이후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논의만 10년째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년 간 논의가 반복됐던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이슈가 다시 도마위에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보험‧증권 지급결제업무 확대’ 재추진을 위해 금융업권의 의견 조율에 나서면서,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유무에 재차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은 지난 2008년 증권사에 개인 지급결제 기능을 준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도입될 당시 처음으로 논의됐다.

2015년에는 금융위가 경제운영 방향을 발표하며 보험‧증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방침을 밝혔고,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의 물꼬가 트이는 듯 보였으나 은행권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지급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금융업권 간 경쟁이 촉발되고 보험료 절감 효과가 발생, 소비자 권익이 증진될 것이라 주장해왔다.

보험사가 지급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은행에 지불하는 막대한 수수료가 절감되면서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 요인이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이익도 향상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은행업계는 지급결제 업무가 은행의 고유한 업무이며 섣불리 타 금융권에 업무를 개방할 경우 금융사고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업계를 대변할 생명‧손해보험협회장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지급결제 허용을 성급히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 앞서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된 금융투자협회가 은행연합회와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높고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만큼, 양 협회의 행보를 지켜본 뒤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지급결제, 중소사에겐 ‘뜬구름’
보험사의 지급결제 업무 처리를 놓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온도차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저축성보험 계약 비중이 높은 생보사는 지급결제 업무의 필요성이 높은 반면, 보장성보험 계약이 대다수인 손보업계의 경우 지급결제로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보험업계에서는 지급결제가 가능해 지더라도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가 실제 지급결제 업무에 뛰어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가 지급결제 관련 인프라 마련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시중 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업계에 앞서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된 증권사의 경우 관련 인프라 구축에 평균 3,3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금 부담 등의 이유로 지급결제 허용 이후에도 전체 62개 증권사중 실제로 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한 곳은 25개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지급결제 업무를 통해 은행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으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수수료 절감액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문제다”며 “보유계약이 많은 대형사의 경우 장기적으로 지급결제 업무가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보유 자산이 적은 중소형사는 섣불리 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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