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에 민간회사도 곳곳 진출…유착 방지 '관피아방지법' 무색

[보험매일=이흔 기자] 금융권 공공기관 역대 최고경영자(CEO) 평균 3명 중 2명은 옛 재무부 출신 관료인 소위 '모피아'(MOFIA)인 것으로 조사됐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MOF)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정계, 금융계 등에 진출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구축한 것을 마피아에 빗대 부르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공무원과 이익단체의 유착을 막기 위해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한 '관피아방지법'이 마련됐지만 모피아 앞에서는 그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관치금융 영향으로 일반 민간회사에 진출하는 모피아도 적지 않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11곳의 2000년 이후 전·현직 CEO 72명 가운데 63.9%인 46명이 모피아 출신이었다. 

기재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바로 진출하거나 금융위, 금융감독원으로 이동한 뒤 공공기관 CEO로 옮기는 경우가 다수다. 이 중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도 일부 있지만 극소수여서 별도 분류하지 않고 모피아에 포함했다.

가장 먼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기획부 세제실장 출신의 문창용 현 사장 등 7명이 모두 행정고시 출신의 모피아였다.

수출입은행은 10명 중 9명이다. 최근 선임된 은성수 은행장은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출신으로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거쳐 수출입은행에 입성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감원 수석부원장에서 물러난 뒤 서울보증 사장을 거쳐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고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수출입은행장으로 일했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모피아 출신이 CEO 자리를 거의 독차지했다. 기재부 국고국장 출신의 곽범국 현 사장과 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의 김주현 전 사장 등 8명 가운데 7명이 모피아다.

이 밖에도 산업은행은 8명 중 5명, 예탁결제원 8명 중 5명, 신용보증기금 6명 중 3명, 한국투자공사 6명 중 3명, 기업은행 7명 중 3명, 한국조폐공사는 6명 중 2명이 각각 모피아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가 5명 중 1명으로 가장 적고 지난해 7월 개원한 한국재정정보원은 현 원장 1명이 모피아 출신이다.

공공기관 11곳의 현직 기관장을 봐도 11명 중 7명(63.6%)이 모피아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 문창용 자산관리공사 사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은성수 수출입은행 은행장, 이원식 재정정보원 원장,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직전·현재 공석) 등이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 곳곳에도 모피아 출신들이 진출해 있다.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성격상 민간회사지만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다 자리를 옮긴 정지원 현 사장을 비롯해 2000년 이후 사장을 역임한 7명 중 5명이 모피아 출신이다. 최근에는 4차례 연속 모피아 출신이 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잡음을 빚은 한국거래소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금융위 그늘막에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모피아 출신은 아니지만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최경수 전 이사장은 모피아 출신으로 증권사 사장 경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관피아방지법이 마련돼 2015년 3월부터 시행되면서 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뚝 떨어지는 사례가 다소 줄긴 했지만 금융권에선 아직 낙하산 관행이 사라지진 않은 모습이다.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고위공무원이 조기 퇴직하는 '용퇴' 관행이 여전하다 보니 퇴직자를 위한 자리 챙겨주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해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낙하산 관행이 공공기관 성과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통상 3년 임기 중 조직과 현황 파악에 수개월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할 때쯤이면 시간이 흘러 다음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공무원 사회에는 퇴직자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데 정권 차원에서 어느 정도 제어를 해야 한다"며 "현 정부가 윤리나 지침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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