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진료비 기준 없어 병원마다 천차만별…경상 환자 한방진료비 증가 추세"

[보험매일=이흔 기자] 동일한 증상에 대한 한방물리요법의 진료비가 병원에 따라 최대 126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공식적인 진료비 기준이 없어 병원에 따라 가격을 천차만별로 매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보험개발원이 손해보험사 11개사의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동차보험의 총 진료비는 지난해 1조3천54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8.0% 증가했다.

이중 한방진료비는 3천459억원으로 전년 대비로 30.7% 늘어나 총 진료비 증가세를 주도했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해 많이 발생하는 경추(목뼈)·요추(허리뼈) 염좌 등으로 가볍게 부상한 이들이 한방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상 환자의 한방 진료 인원은 2013년 11만명, 2014년 29만명, 2015년 44만명, 지난해 54만5천명으로 최근 3년 사이 5배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경상 환자의 한방진료비는 지난해 3천24억원으로 양방진료비(2천430억원)을 추월했다.

한방진료비를 진로 항목별로 보면 첩약이 29.4%로 가장 비중이 컸고, 침술(15.5%), 진찰료(11.4%), 추나요법(7.9%) 등이 뒤를 이었다.

한방물리요법의 비중은 6.9%에 그쳤으나 전년 대비로 2.2%포인트(p) 늘어나 다른 항목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자세히[그래픽] 교통사고 경상환자 한방진료 늘고 있다

한방물리요법은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초음파·초단파·극초단파요법 등을 가리킨다.

한방물리요법은 병·의원별 진료비 편차가 가장 컸다.

부상 급수가 가장 낮은 14급 경추염좌 환자를 기준으로 병·의원의 진료비를 산출해보니 한방물리요법은 한방병원에서 진료비 상위 10%의 평균이 48만800원으로 하위 10%(3천800원)의 125.7배나 됐다.

한의원에서도 상위 10%의 평균 진료비(15만1천800원)가 하위 10%(3천300원)의 46.2배로 다른 진료항목보다 편차가 컸다.

추나요법은 상·하위 10%간 진료비 편차가 최대 24.8배, 약침술은 최대 16.8배였다. 첩약은 최대 4.5배로 진료비 편차가 가장 작았다.

한방물리요법이 병·의원에 따라 진료비가 많이 차이 나는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나요법, 약침술, 첩약 등은 구체적인 진료지침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서 해당 항목이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올해 초 한방물리요법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신설해 이달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보험개발원은 "한방진료 비급여 항목에 대해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해 한방진료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9월부터 시행되는 한방물리요법 진료수가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의료기관과 보험업계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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