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지난달에도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6조5천억원이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한국카카오은행(약칭 '카카오뱅크')의 등장에 신용대출을 포함한 비(非)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7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4조2천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 사이 6조5천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7월(6조7천억원)보다 2천억원 줄었지만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8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7조7천억원으로 7월 말보다 3조1천억원 늘었다.

증가 규모가 7월(4조8천억원)보다 1조7천억원 축소됐고 작년 8월(6조1천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8·2 대책의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8·2 대책에 따라 은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아직 가계부채에 미친 영향을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서울과 과천, 세종 등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일괄적으로 LTV·DTI가 40%로 적용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 잔액은 7월 말 185조7천억원으로 한 달 사이 3조4천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7월(1조9천억원)보다 크게 늘면서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종전에는 작년 11월 2조7천억원이 가장 많았다.

기타대출에는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과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은 "기타대출은 휴가철 자금수요 증가, 일부 은행의 금리우대상품 출시,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개시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타대출 중 신용대출이 60% 이상을 차지했는데 8월에는 신용대출 비중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증가에는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은행의 영향이 컸다.

카카오은행은 지난 7월 27일 영업을 시작한 뒤 한 달 동안 여신액(대출 실행금액 기준)이 1조4천9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이 경찰공무원을 상대로 저금리 신용대출(일명 '무궁화 대출')에 나선 특이요인도 있었다.

또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자 신용대출로 대출 수요가 이동한 '풍선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많이 축소됐다.

8월 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73조8천억원으로 한 달 동안 2조9천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7월(7조1천억원)의 41%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154조2천억원으로 9천억원 줄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619조6천억원으로 3조8천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278조8천억원으로 2조9천억원 증가했다.

은행 수신 잔액은 1천507조8천억원으로 8월 한 달간 16조7천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방정부의 교부금 유입 등으로 3조8천억원 늘었고 정기예금은 11조8천억원 불어났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512조1천억원으로 4조6천억원 줄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7조9천억원 줄었지만 파생상품 등 신종펀드는 2조9천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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