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직종 보험가입실적 제출 의무화하고 합리적 거절근거 마련토록

[보험매일=이흔 기자] 앞으로 보험회사는 경찰, 소방관, 군인 등 이른바 '고위험 직종' 종사자들의 보험 가입 실적을 정기적으로 감독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고위험 직종의 보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다.

조정석 금융감독원 보험상품감리1팀장은 30일 보험연구원, 민병두 국회의원실, 금감원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고위험 직종 보험가입 확대를 위한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회사는 보험사고나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직업 종사자의 보험가입을 거절해오고 있다. 

통상 소방관, 경찰, 군인, 환경미화원, 우편물 집배원 등을 위험 직군으로 분류해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보험 가입 금액을 제한하는 등 일반직군에 비해 차별적인 조건을 둬 보험을 받아주고, 스턴트맨, 곡예사, 카레이서 등은 고위험 직군은 아예 보험 가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실제 관행을 보면 '특정 직업의 위험이 높을 것'이라는 단순한 추정으로, 혹은 가입 희망자가 특정 직업군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보험회사가 특정 직업의 보험가입을 거절하려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합리적인 근거는 보험사고 발생 통계, 특정 직업과 보험사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학술·논문자료로 직무와 사고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뜻한다.

금감원은 아울러 보험회사가 이런 보험가입 거절 직군의 현황과 직업별 보험가입 실적을 정기적으로 감독 당국에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보험회사가 특정 직업이 아닌 실제 직무행위의 위험성에 따라 보험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보험계약 청약서에 가입 희망자의 직무행위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컨대 근무연수, 내근직/현장직 여부, 직무상 취급하는 장비 또는 차량의 종류, 1일 근무시간 등 직무별로 구체적인 위험 노출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항목이다.

보험회사가 합리적인 인수기준을 설정할 수 있게 보험회사가 보험개발원에 계약정보와 사고통계를 제출하고 보험개발원은 전 보험회사의 통계를 집적해 직업별 사고통계를 산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인수 기준 및 고위험 직종 계약인수 현황'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정책성 보험 도입을 제안했다.

고위험 직종 종사자들은 일반적인 보험 원리에 따라 보험 가입 거절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일부 보장 내용을 제외할 경우 보험료가 지나치게 올라가거나 보험료 지급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고위험 직종은 직무 위험으로 보험료가 오른 이유가 있으므로 고용주인 국가나 기업의 역할을 강화해 단체보험 가입을 확대하거나 정책성 보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소방관에 대해 정책성 보험을 도입해 운영하고서 제도가 정착되면 이를 경찰관, 군인, 환경미화원 등 고위험 직종 전반으로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