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임기 8월 말로 만료되나 회추위 구성 11월로 미뤄질 듯

[보험매일=이흔 기자] 손해보험협회의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협회장을 '민(民)'과 '관(官)' 중 어느 쪽을 뽑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를 당분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차기 회장을 뽑는 데 신중을 기하자는 업계의 의견이 있어 회장 선출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보협회 회장은 회원사 6개사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회의를 열어 회추위를 구성하고 회추위가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면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순으로 결정된다.

현 장남식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로 끝난다. 차기 회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정관에 따라 현 장 회장이 계속 유임한다.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현 회장의 임기가 유지된다는 정관이 2015년 2월에 제정됐다.

손보업계가 차기 회장 선출을 미루는 것은 금융당국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손보협회는 민간 협회이므로 형식적으로 업계가 자율적으로 회장을 선출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관 출신이 회장을 맡다가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사장 출신인 장 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것도 금융당국의 용인이 있어 가능했다.

여기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를 질타하는 여론이 한몫했다.

당시 회추위는 차기 회장의 자격 요건을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못 박고 그 요건을 충족하는 장 회장을 새 회장으로 뽑았다.

손보협회 회장으로 '민' 출신이 온 것은 이석용 회장(1992년)과 박종익 회장(1998년)에 이어 장 회장이 세번째였다.

새 정부 들어 회장을 다시 뽑아야 할 시점에 손보협회는 이번에도 민 출신에서 뽑아도 되는지 아니면 이전 관행대로 관 출신으로 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 놓였다.

더군다나 민간금융협회 중 가장 먼저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해 부담이 더 크다. 차기 회장 선출을 미루자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손보협회는 은행연합회나 생명보험협회가 차기 회장을 어디서 뽑는지를 보고서 선출 과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 만료일은 11월 30일, 생보협회장은 12월 8일이다. 통상 한달 전에 회추위가 꾸려지므로 11월이면 차기 회장 후보군의 대략적인 윤곽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협회는 이 시기쯤에 회추위를 구성해 이들 협회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당국의 눈 밖에 날 수 있는데 굳이 지금 회장을 뽑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다른 협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선출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