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계약초기부터 당기 손실나고 보험부채 적립해야"

[보험매일=이흔 기자] 보험업계에 새로운 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면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당기순익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향후 보험료 인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일 보험개발원의 'IFRS17 도입에 따른 상품별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이 현재의 손해율이 유지된다면 IFRS17 도입 시 손실부담계약이 돼 보험사의 당기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IFRS17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마련한 보험업계의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2021년부터 적용된다.

보고서는 남자 20세가 5천만원 한도로 질병입원의료비를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험의 갱신주기는 1년, 월납보험료는 약 4천원이다.

현행 회계제도 하에서는 선택 효과로 계약 초기에 이익이 발생한다. 선택 효과는 보험회사가 가입심사를 할 때 우량 고객을 선별하는 탓에 계약 초기 위험 발생률이 떨어지는 효과를 뜻한다.

하지만 IFRS17에서는 계약 초기부터 손실이 발생한다. 실손보험은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큰 손실부담계약이어서 IFRS17에서는 향후 발생할 손실을 모두 당해연도 손실로 인식해야 해서다.

보고서는 가정한 사례를 분석해 현행 제도에서는 보험계약 첫해 1만4천원 이익이 나지만 IFRS17에서는 2만3천원의 적자를 본다고 추정했다.

재무건전성 측면도 부정적이다.

현행 회계제도에서는 갱신형 상품인 실손보험이 만기 1년짜리 보험으로 간주돼 준비금을 쌓을 필요가 전혀 없다.

IFRS17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최종 보장연도까지를 만기로 봐 가정한 사례의 보험은 만기가 80년이 된다.

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부채를 쌓아나가야 한다. 보고서는 계약 즉시 적립해야 할 부채의 규모를 월납보험료의 5배에 해당하는 2만원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손실부담계약은 계약 초기에 적립해야 하는 부채규모가 크며 최초 계약 시점부터 당기 손실이 발생한다"며 "갱신형이면서 갱신보험료의 결정권이 보험사에 완전히 부여되지 않은 손실부담계약을 판매하는 것은 회사의 당기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손보험이 계속 적자가 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분석한 것이어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되면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만년 적자 상품이어서 보험료가 일정 부분 오르지 않는 이상, 혹은 과잉 진료가 해소돼 보험금 지출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손실부담계약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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