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통합감독도 변수

[보험매일=이흔 기자]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재벌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무사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심사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적격성 심사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하면서 논란이 됐던 특정경제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이 판단 기준에 추가될지 다시 관심을 모은다.

만약 특경가법 적용이 확정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이자 이건희·이재용 부자간 경영승계 매개인 삼성생명이 가장 먼저 직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3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2013년 '동양사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했다.

당시 동양증권의 사기성 기업어음(CP) 판매에 동양그룹 오너가 관여한 것으로 나타나자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의 '오너 리스크'를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은행·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보험·카드·증권사 등의 최대주주를 특정하고, 해당 최대주주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자격이 있는지 2년마다 따져보도록 했다.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시정이 불가능한 경우 최대 5년간 의결권(10% 초과분) 행사를 제한하도록 했다. 기업 승계로 대주주 변경 승인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격성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범법 행위는 금융 관련 법령,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등 3가지다.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특경가법은 빠졌다. 형법도 배제된다.

금융회사의 경영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게 반대 논리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처럼 뇌물수수(형법) 등 정경유착이 드러나거나 배임·횡령(특경가법) 같은 범죄를 저지른 그룹 총수에게도 금융회사 지배를 허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제2금융권 최대주주에 대한 주기적 적격성 심사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가 추진할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그러나 최대주주 개인을 특정하는 내용만 담기고 논란이 됐던 형법이나 특경가법 적용 문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경가법 적용 여부는 국회에서 여론 수렴을 거쳐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읽힌다.

만약 특경가법이 추가되면 삼성생명이 가장 먼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비롯한 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면서 삼성전자 지분 7.55%를 보유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다.

이번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나타났지만, 이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줄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은 형법상 뇌물공여죄와 특경가법상 횡령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순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삼성그룹) 승계 작업을 최대한 진행하기로 계획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적시했다.

이런 '부탁'의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네고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아 금고 1년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현행 지배구조법상으로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그룹을 승계하는데 문제가 없다.

형법이나 특경가법 위반은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되는 데 결격사유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에 있어 또 다른 변수는 보험업법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문제 삼는 대목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규정한 보험업법 제106조와 관련 감독규정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중 총자산은 분기 말 현재 금액(시가)을 기준으로 삼고, 총자산의 3%를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자회사(삼성전자) 발행 채권·주식은 취득원가 기준인데, 이는 다른 금융회사와 기준이 달라 결과적으로 삼성이 특혜를 본다는 게 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의 주장이다.

자산운용비율을 따지는 분자와 분모를 모두 시가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삼성생명은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거 처분해야 하고, 이는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대한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 압박이 실제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최 위원장은 최근 박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감독규정 개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 개정도 다른 의원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규제 비율에 맞춰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을 뿐인데, 주가가 올랐다고 이를 팔아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이 장기상품 위주로 이뤄지는 특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국정기획위가 역시 국정과제로 제시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지주회사는 아니지만, 금융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삼성·현대차·한화·동부 등 금산(금융·산업) 결합 그룹과 미래에셋처럼 지주사 체제가 아닌 금융전업그룹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1.32%)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312조원이다. 각각 24조원과 4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통합감독 시스템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비금융 계열사들의 지분 관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통합감독 시스템을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포함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비은행권의 합리적 금산분리 관행을 만들려면 공정위 쪽의 사전 규제와 금융위의 사후 감독인 통합감독 시스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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