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로 동부화재가 보험료 내려…삼성화재·현대해상

[보험매일=이흔 기자]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며 본격적인 새 정부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가 다음 달 16일부터 계약이 발효되는 자동차보험에 대해 보험료를 1.0% 내리기로 했다.

대형 보험사 중에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한 것은 동부화재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처음 내린 곳은 메리츠화재였다. 6월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0.7% 인하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이 다음 달 6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6% 내리겠다고 밝히며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하의 배경으로 하나같이 '손해율 개선'을 내세웠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서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가리킨다. 적정손해율(77∼78%) 이하이면 보험사가 이익을 봤음을 의미한다.

보험사들이 손해율이 좋아졌다고 보험료 인하에 나서는 것은 불과 몇 달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손해율 개선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외제차량 렌트비 현실화, 경미 손상 수리비 지급기준 신설 등 제도개선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올해 들어서 1분기에 11개 손해보험사 중 6개사의 손해율이 적정손해율을 밑돌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 만년 적자를 보였던 자동차보험에서 다수의 보험사가 흑자를 낸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손해율이 달마다 좋아졌지만, 그때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하에는 난색을 보였다. 향후에도 손해율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이유를 들었다.

보험사의 '변명'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 연간 손해율 추이를 보면 3∼5월에 손해율이 저점을 찍고 6∼8월에 크게 오른다. 장마철과 여름 휴가철에 자동차 관련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탓이다.

실제 이달 들어 시작된 장마와 집중 폭우로 자동차 침수 피해가 속출해 손해보험사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내리는 대신 마일리지 특약의 혜택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보험사들이 최근 들어 보험료 인하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새 정부의 보험료 인하 방침에 '코드 맞추기'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인하압박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동부화재마저 자동차보험료를 내림에 따라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다른 대형 보험사도 보험료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보험사는 현재로써는 "검토 중"이라며 인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도 그렇고 다른 보험사도 보험료를 내리고 있어 조만간 나머지 대형 보험사도 보험료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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