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하‧자동차보험 담합 등 악재 속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손해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료 인하와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담합 의혹 등 경영에 부담을 주는 이슈가 연달아 발생했다.

온라인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됐던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 경쟁과 일반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과 손보업계의 움직임 역시 돋보였던 시기였다.

이밖에 감독 규제 개편에 따라 손보업계의 자본적정성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으며 대형손보사인 KB손보가 KB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앞두고 있다.

◇ 손보업계 보험료 인하 압박에 ‘휘청’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는 올 상반기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방침이 발표되고 공정거래위장의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담합 가능성 발언 등이 부각되면서 비호의적인 시장 환경에 직면했다.

실손보험은 3,2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평가 받고 있으나 비급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로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 손보사 적자경영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 회수를 목표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연계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방침을 밝혔다.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이로 인해 민간 보험회사들이 얻는 반사이익을 실손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도록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가 보험료 인상의 주 원인으로 지목해온 비급여 제도 개선에 앞서 정부가 보험료 인하 압박을 강화하면서 실손보험 정책에 대한 손보업계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2014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수령 비율은 2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100명중 23명의 소비자가 손해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높은 수준의 실손보험 손해율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손보사가 실손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 들어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강해지면서 손보사들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과정에서 손보사의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이 지난해부터 개선 움직임을 보였던 손해율에 힘입어 최근 10여년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보험료 인하 요구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반면 손보업계는 수년간 발생했던 영업적자를 상쇄할 시간도 없이 보험료를 인하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더욱 큰 폭으로 인상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담합 가능성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에 골머리를 앓던 손보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사고 발생이 잦은 운전자에 대해 손해보험사들이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험사 간 가입 거절 담합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는 사고가 잦아 보험 가입이 거절된 ‘불량물건’을 여러 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제도로, 통상 공동인수 가입자는 일반 가입자에 비해 고액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적정 손해율을 상회하는 자동차보험 영업 정상화를 위해 가입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공동인수 물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며 “회사별로 공동인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담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보험사가 영업 흑자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담합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고 말했다.

◇ 車보험 시장경쟁 ‘불꽃’
손보업계는 작년 말부터 일부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고 우량고객 확보를 목표로 마일리지 특약 혜택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추진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대다수가 몰려있는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양호한 대형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두드러진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점유율 2위 경쟁과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의 점유율 5위 경쟁은 매달 1%포인트 이하의 격차로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5월까지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각각 18.7%와 19.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양사의 격차가 불과 0.6%포인트에 머물러있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 또한 같은 기간 각각 4.8%와 5.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0.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메리츠화재가 6월부터 보험료를 인하한데다 악사손보 등 중소형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하라는 초강수를 꺼내들면서 하반기에도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는 손보업계가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보험개발원과 함께 일반보험 활성화에 구슬땀을 흘렸던 시기이기도 했다.

손보사들의 지속 성장의 동력으로 2015년 기준 전체 손보시장 규모의 10.3%에 머물러 있는 일반보험 시장 활성화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0%에 육박한 국내 보험영업 환경에서 손보사들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일반보험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해외 손보사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험개발원 또한 일반보험 시장 활성화 지원을 위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보험사에 선박보험과 재산종합보험 등 일반보험 관련 참조순율을 제공, 손보업계 지원에 나섰다.

손보사들은 최근 보험개발원‧보험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코리안리 등 재보험사와 금융컨설팅사까지 아우르는 일반보험 활성화 테크스포스(TF)를 구성, 일반보험 활성화에 전력하고 있다.

◇ 손보업계 법인세 폭탄 우려 확산
IFRS17과 금융당국의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 도입을 앞두고 손보업계의 자본적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손보사의 비상위험준비금이 기본자본에서 보완자본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손보사는 대규모 법인세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위험준비금은 책임준비금과 별도로 손보사가 대규모 자연재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비상위험에 대비해 추가로 쌓고 있는 준비금이다.

보험사들은 지금까지 비상위험준비금을 부채로 인식해 왔으나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17 아래에선 비상위험준비금은 자본계정의 이익잉여금으로 간주, 보험사는 추가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신지급여력제도의 기반인 ICS를 참조하는 과정에서 비상위험준비금을 기본자본이 아닌 보완자본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사들은 당장 신지급여력비율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지급여력제도에서는 자본을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분하고, 이 둘을 합쳐 가용자본을 파악하며, 이를 보험사의 리스크인 요구자본으로 나눠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한다.

신지급여력제도에서 비상위험준비금이 보완자본으로 분류되고 보완자본이 당초 금융당국의 계획처럼 요구자본의 50% 이내에서만 인정받을 경우, 대다수 손보사의 신지급여력비율은 하락할 것이란 지적이다.

손보업계는 유럽의 규제정책인 솔벤시2에서 비상위험준비금을 기본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 향후 금융당국에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손보는 초대형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로의 완전자회사 통합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KB손보는 지난 22일 개최했던 임시주총에서 금융지주와의 주식 교환 승인을 원안대로 승인했으며 7월 7일 주식 교환 절차를 끝마친 뒤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형 손보사인 KB손보는 KB금융지주 완전자회사편입으로 영업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KB손보가 모회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품개발력과 영업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KB손보는 완전자회사 편입 이전부터 금융지주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대중교통이용 할인 특약’을 출시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창출에 힘을 쏟았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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