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생협에만 공제사업 허용한 생협법 개정안 재검토

[보험매일=이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단위 생협만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재검토한다.

전국단위 생협에만 공제사업을 허용한 것은 각 지역 상황이나 구성원 특징에 맞춰 소규모로 운영되는 생협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정치권과 생협단체 측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12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개정안 입법 예고 과정에 이해관계자들 이견을 접수하고 공제사업 시행 주체를 보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생협연합회마다 특성이 많이 달라 공동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어 관련 규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제사업은 조합이 보험료에 상당하는 돈을 조합원으로부터 받고 조합원에 사고·질병 등이 발생하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사실상 보험업과 같다.
이번 개정안에는 단위 생협 5곳 이상이 모인 생협 연합회에는 공제사업을 금지하고, 전국연합회에 한해 공제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제사업이 보험업과 달리 금융당국 감독을 받지 않는 점을 고려해 시행 주체 조건을 다소 까다롭게 정한 것이다.

하지만 생협단체들이 생협 기본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됐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생산·판매 등을 공동으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생협은 조합원 간 소통·신뢰에 기반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것이 핵심인데, 공정위가 전국단위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는 것이 생협 측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공정위가 내건 조건에 부합하는 전국단위 생협 연합회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공제사업을 하기 위해 생협은 전체 조합 수 2분의 1 이상이 참여하는 전국연합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공제사업을 영위하려는 각 생협 연합회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공제사업 시행 주체와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생협법 개정안 재검토를 마친 뒤 최종안을 확정해 이르면 9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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