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동의 필요한 의료기록 제공 놓고 분쟁 ‘빈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업계에서 보험금지급 심사 과정에서 소비자와 보험사의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보험고지의무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사는 심사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보험사가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거절하는데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보험금지급 심사 위해 ‘필수’VS보험금 지급 거절에 악용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지급 심사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가 필요한 의료정보 제공 여부를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보험사는 소비자의 의료기록을 확인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이나 국세청 등에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에게 정보제공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보험사는 철저한 보험금지급 심사를 위해 단순 의료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보험공단 의료기록지나 국세청 자료 등을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고객 동의를 통해 얻은 의료기록을 빌미로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거절하는데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 측이 서로의 주장을 고수하며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니 이 같은 갈등은 보험민원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보험가입자 알림의무 위반으로 접수된 민원은 총 8,542건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대형 손보사 A사와 해당 보험사의 암보험에 가입했던 B씨는 상품가입 4년 이내 의료정보가 기록된 건강보험공단 의료기록지 제공 여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암보험 가입 2년 이내 암이 발병했던 B씨는 손보사의 실사에 응해 의료기관 방문 기록 열람 등에 협조했으나, 건강보험공단 의료기록지는 제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B씨는 보험금지급을 앞당기기 위해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손보사의 주장과 달리 손보사가 B씨도 알지 못하는 과거 병력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A사는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 고객의 과거 병력이나 의료기관 이용 내역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선량한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사전고지의무 기준 강화 가능할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현행 고지의무를 강화해 보험사가 가입시점에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열람 동의를 일괄적으로 받음으로써 이 같은 분쟁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사전고지의무 강화를 대신해 최근 금융당국이 단행한 특화상품 고지의무 항목 표준화를 전체 상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비자의 의료기록의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인데다 의료법 위반 여부 또한 검토해야하기 때문에 실제로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정당한 이유로 청구된 보험금은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부당하게 청구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을 의무도 있다”며 “과거병력 등을 최대한 철저히 검토해 부당한 보험금지급 요구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선량한 대다수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가입 시점의 고지 및 통지 의무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보험금지급 심사를 단행해야 불필요한 민원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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