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사와 정비소가 서로 다른 산정 기준을 통합하지 못한 채 각자의 적정 정비요금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비요금 기준 일원화 작업이 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험정비요금 계약서는 보험사와 정비소가 표준작업시간 기준 프로그램으로 수리견적을 산정하도록 규정했을 뿐 프로그램의 종류와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규정한 정비시간인 표준작업시간에 공임비를 곱해 정비소에 정비 요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정비업계는 이 같은 공임비가 지나치게 낮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는 자동차관리법을 근거로 표준공임시간을 정비사업자단체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표준정비시간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보험사 또한 이를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정비업계의 주장과 달리 법적 근거에 따라 물가상승률에 따라 최대한 정비비용을 인상해왔다”며 “정비업계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기준을 따를 것을 고집한다면 협상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국토부와 손해보험협회, 전국검사정비연합회는 보험정비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정비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업계 합의를 이끌어내려 시도했다.

그러나 정비업계가 국토부의 최종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작년 7월 이후 정비요금 산정 기준 통합과 관련된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외제차 수리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와 정비소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6일 전체 손보사를 대상으로 자동차정비 수리비 정상화를 위한 청구 투쟁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이미 제주지역 자동차정비사업자들은 작년 말부터 '보험업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자동차정비 수리비를 달라며 청구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회는 손보 측이 정비사업자들과 임의 약정(단가계약)을 맺고 자사 출자사인 손해사정법인을 통해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임의삭감 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손보사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연합회의 비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업계 간 갈등으로 자동차 수리를 받지 못한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보험사와 정비업체의 갈등으로 인해 차량 수리가 진행되지 않거나 수리가 끝난 차량을 수령 받지 못한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자비를 들여 차량 수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의 보험료를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보험사와 정비소는 적정 수리비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정비요금 기준 일원화 작업이 업권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진다면 자동차 수리 이후 수리비용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보험업계, 정비업계의 수익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이나 업권의 성장과 이익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는 보험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정부는 오랜 기간 방치돼온 수리비 산정 기준 마련하고 차량 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 구제를 위해서, 정비요금 산정 기준을 하루빨리 확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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