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엔 변사사건 발생 최소 7일 이후에나 보험정보 알 수 있어

[보험매일=이흔 기자]  변사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망자의 기본적인 보험정보를 바로 확인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12일 생명보험협회와 경찰청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말 전산망을 연결해 일선 경찰서에서 변사자의 보험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했다.

변사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인지를 빨리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사건 발생 전 사망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이 여러 건 체결됐다면 보험 사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기존에 경찰이 망자의 보험정보를 확인하려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생명보험협회에 관련 정보를 요구해야 했다.

경찰이 보험정보를 손에 넣는 시점은 대개 변사사건이 발생한 지 7∼10일이 지나서다.
그 사이 장례절차가 마무리돼 경찰이 범죄 혐의를 의심해 부검하려고 해도 시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경찰이 이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된 정보는 망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의 수와 해당 보험회사, 보험금 지급규모 등 망자와 관련된 보험정보에 한정된다.

이 보험금을 누가 받게 되는지를 알려면 종전과 같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신용정보보호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때문이다. 즉, 망자의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이 법에 저촉이 안 되지만 보험금 수익자는 생존자이므로 이 정보를 함부로 공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보험금을 노린 강력사건은 증가 추세다. 특히 생명보험은 사망보험금 규모가 다른 보험에 비해 크기에 보험 사기꾼의 대상이 되기에 십상이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적발통계에 따르면 살인·상해에 의한 보험사기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23억9천200만원으로, 2014년 상반기 14억4천100만원과 비교해 2년 사이 66% 급증했다.

지난달 전북 군산에서 아내를 죽이고 교통사고 화재로 위장한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은 남편의 범행 동기를 보험금으로 보고 있다. 숨진 아내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7개이고 보험금이 5억7천만원에 달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보험금 3억원을 노리고 옛 남자친구를 외국으로 유인해 청부 살해한 20대 여성이 징역 16년형을 받기도 했다.

특히 보험금을 노린 강력사건은 주로 가족이나 친척이 범인인 데다가 이들이 작정하고 사고로 위장하면 수사로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포천 제초제 연쇄 살인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40대 여성 노모 씨는 2011∼2013년 보험금 10억원 가량을 노리고 음식에 제초제를 몰래 타 먹이는 수법으로 전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살해하고 친딸에게 폐쇄성 폐 질환을 앓게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15년에 가서야 전모가 밝혀졌다. 전 남편은 처음 경찰 조사에서 음독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현 남편과 시어머니는 병원에서 숨져 수사기관에 통보조차 안 됐다.

노씨가 전 남편을 살해할 때와 달리 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는 농약을 조금씩 몰래 타 먹이는 수법을 써 이로 인해 이 두 피해자는 공식적으로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경찰이 살인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을 당시 숨진 세 명 중 두 명은 화장됐고, 나머지 한 명은 매장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상황이었다.

경찰은 매장된 시신을 부검해 독극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딸에게도 같은 독극물이 사용됐음을 확인해 노 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을 수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사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장례 전에 보험사기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며 "종전 방식으로 하면 의심이 가도 공문을 주고받다 보면 장례가 끝나 시신을 확보해 조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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