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3만1천400명…1988년 국민연금 시행 후 최대 규모

[보험매일=이흔 기자]  # A씨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10년간 다니던 항공사에서 희망퇴직을 당해 일순간 대기업 차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전락했다.

당시 그에게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중학교에 입학한 딸이 있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아득했다.

그때 지금껏 낸 국민연금을 반환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A씨는 곧바로 신청해 자녀 등록금 등 발등의 급한 불부터 껐다.

이후 A씨는 1년가량 실직상태로 있다가 영세 사업장의 주차장 관리원 등으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비록 적은 금액이나마 연금보험료를 내며 15년 정도 더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2015년 어느 날 국민연금공단에서 집으로 배달된 통지서 한 장을 받았다.

과거 대기업 퇴직 때 받았던 일시금 2천500만원을 약간의 이자를 물고서 반납하면 2016년 9월 이후 평생 연금으로 월 90만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절반도 안 되는 월 41만원으로 연금액이 줄어든다고 적혀 있었다.

수입이 월 100만원 남짓에 그치고 금융기관 대출까지 있는 등 형편이 좋지 않아 고민하던 A씨는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반환금을 완납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부터 월 92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반납제도'를 활용해 예전에 받았던 일시금을 연금공단에 돌려주고 가입기간을 복원해 연금 받을 권리를 얻거나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반납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일시금 반납신청자는 13만1천400명에 이른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대 규모다.

반납신청자는 2011년 10만2천759명에서 2012년 11만3천238명으로 늘었다가 2013년 6만8천792명으로 줄어들었지만, 2014년 8만415명으로 뛰어오르고서 2015년 10만2천883명으로 더 늘어났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60세까지 보험료를 최소 120개월(10년) 이상 내야만 평생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그간 낸 보험료에다 약간의 이자를 붙여 일시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반환일시금만 받는 사람은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일시금 수령자는 2011년 13만6천628명에서 2012년 17만5천716명, 2013년 17만9천440명으로 증가했다가 2014년 14만6천353명으로 약간 꺾였지만 2015년 17만9천937명으로 반등했다.

2016년에는 11월 기준 19만1천419명으로 20만명에 육박했다.

이렇게 일시금만 받고 마는 것은 10년 미만 가입했는데 국민연금 의무 가입연령인 60세에 도달한 게 주원인이고, 해외이민, 국적상실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격을 잃은 것도 영향을 끼친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들이 일시금 대신 매달 연금으로 받아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반납제도가 대표적이다. 최소 가입기간을 충족 못 해 받았던 일시금을 토해내고 가입기간을 되살림으로써 연금수급권을 획득하거나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장치다.

'임의계속가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임의계속가입제도는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못 맞추고 60세에 도달한 가입자에게 65세가 되는 시점까지 국민연금 계속 가입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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