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프라 없이는 활성화 ‘불가능’…시장 여건 살펴야

[보험 매일=위아람 기자] 금융당국이 이미 실패한 정책성 보험 사례인 단종보험에 다시 한번 힘을 쏟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단종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지 않아 시장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정책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 단종보험 두 번째 실패로 가나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 단종보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험을 가입할 때 판매자가 설명할 의무를 간소화하고 가입자가 사인해야 할 서류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또한 판매 영역도 비대면 채널 등으로 다양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단종보험은 2015년 7월부터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행된 것으로 보험사가 아닌 곳에서도 본업과 연계된 특정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은 단종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을 팔고, 롯데손보에서는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제품보증연장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단종보험대리점 제도가 도입된 후 삼성화재는 ‘주택화재보험’, KB손해보험은 ‘KB주택화재보험’, ‘KB해외여행보험’, 한화손해보험은 ‘가정종합보험’을 신고하였으나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관련 보험사 관계자는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품 판매를 위해 인가는 받았으나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사례들에 비춰볼 때 초기 비용 대비 실적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를 인프라로 갖춘 롯데손보를 제외하면 서울보증보험이 유일하게 단종보험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은 이전부터 잘 팔렸던 상품이고 단종보험대리점을 통한 판매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미 각 지점을 통해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을 팔던 노하우를 활용해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단종보험대리점으로 등록했지만, 다른 보험사들에게는 이러한 노하우를 발휘할 만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는 그간 실패했던 정책성보험의 전철을 밟았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1년 장애인 전용상품으로 나왔던 ‘곰두리 보험’, 2011년 시판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한 ‘녹색자동차보험’, ‘자전거보험’, 2013년 판매한 ‘단독실손의료보험’, ‘행복지킴이상해보험’, ‘금융사기보험’, ‘난임보험’과 같은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곰두리보험은 15년 동안 1만여 명이 가입했고, 난임보험은 지난해 기준으로 가입자가 1명도 없었다. 또한 단독실손보험은 판매량은 전체 실손보험의 10%에도 못 미쳤다.

◇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일지 지켜봐야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지난 5일 2017년 업무계획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하며 단종보험을 활성화하고 전기자전거, 세그웨이 등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보험상품을 출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들은 과거 실패했거나 현행 제도 하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책의 답습인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정책 의지가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단시간 내에 개발된 구색 맞추기 정책 보험이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종보험대리점이 다시 한번 정책성 보험의 실패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면 누구를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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