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개당 300원 넘으면 경쟁력 없어...가격 더 오르면 검토"

[보험매일=위아람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대란' 사태가 심화하면서 결국 사상 첫 외국산 신선 계란 수입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국내 계란 가격의 상승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수입산 계란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 판(30알)에 1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수입 계란의 가격과 식품의 안전성 측면을 고려할 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미국산 계란 164만개 첫 상륙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주말 안으로 미국산 계란 164만 개가 항공기로 처음 수입될 전망이다.

국내 유통업체 1곳이 이미 지난주 미국 현지 업체와 신선 계란 수입계약을 했고, 전날 미국, 스페인과 각각 계란 수입을 위한 모든 검역·위생절차 협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주 안에 계란이 항공기에 실려 주말께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 식품을 수입할 경우 검역 절차가 며칠 걸리지만, 첫 물량의 경우 검역 절차 등을 고려하더라도 설 명절 전에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미국 현지 업체 견적 금액(2016년 12월 20일 기준)을 바탕으로 미국 내 운송비를 포함한 수입 계란의 원가(개당 184원),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항공운송비(50% 지원시 76원), 국내유통비(도매→소매 56원)를 모두 더하면 개당 316원 정도로 소매 가격을 추산하고 있다.

다만 민간 업체 간 수입계약 체결 과정에서 가격 협상이 이뤄질 경우 계란 원가가 평균값보다 떨어져 290원대로 수입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에 처음 계약물량을 들여오는 국내 수입업체의 경우에는 원가보다도 30%가량 더 낮은 120원대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9일 현재 국내 계란(특란)의 평균 소매 가격이 개당 304원 정도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원가 120원대로 들어오는 수입 계란은 최종 소매 가격이 250원대까지 낮아져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이고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여서 실제 수입산 계란의 판매 가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보통 수입 농축산물의 경우 국내 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 시장 논리지만, 계란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싸질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란이 신선식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냉장 보관 등 운송 방법에 따라 운송비가 비싸져 실제 판매가격이 예상치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 생산농가→밥상까지 최소 11일…식품안전 괜찮을까

신선 계란의 경우 AI가 발생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거리상으로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5개국에서만 수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운송 거리와 검역·위생검사 기간 등을 따져보면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계란의 유통기한이 짧아져 식품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 현지 수출업자가 포장을 마친 뒤 유통기한을 표시하면 이를 수입업자가 우리나라 표시법에 따라 다시 한글로 표기해 수입해야 한다.

유통기한은 현지 농가에서 최초 생산된 날짜를 기점으로 운송 방법이나 실온 혹은 냉장 상태의 보관 방법 등에 따라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해 당국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수입된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게 되면 검역관은 컨테이너 파손 여부나 온도기록장치, 부패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깨지거나 변색하는 등 문제가 있는 계란이 발견되면 이 계란이 실린 컨테이너 물량 전체가 불합격 처리되며 정도가 심할 경우 수입 물량 전체가 불합격 처리된다.

당국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데 8일 정도 걸리는 점과 운송기간(3~4일) 등을 고려하면 미국 농가에서 출하해 국내 시중 대형마트에 풀리기까지 최소 11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실온상태의 계란 유통기한이 산란된 날짜부터 30일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산 계란의 유통기한은 19일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식품 안전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당국은 콜드체인(냉동 ·냉장에 의한 신선한 식료품의 유통방식)으로 수입될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최대 45일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운송 및 검사 기간을 뺀 실질적인 유통기한은 약 34일 정도가 된다.

최순곤 식약처 축산물위생안전과장은 "유통기한은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해 당국에 신고하되 운송방식 등 관련 조건과 과학적인 증거를 당국에 제출해야 인정된다"며 "검역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되 다른 축산물 수입 검역 절차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철저히 검역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대형마트 "수입산 300원 넘으면 경쟁력 없어"

주요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이같은 계란 수입 방침에 대해 일단 관망하는 모양새다.

국내 판매가가 개당 300원 안팎에 형성될 경우 현재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격보다 비싸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굳이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해외산 제품을 취급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 판매가가 개당 250~260원대인데 수입 계란이 이보다 비싸다면 취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며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른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에서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 가격은 7천580원(개당 253원)이고, 홈플러스는 7천990원(개당 266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30개들이 계란 판매가가 1만 원을 훌쩍 넘어선 동네 슈퍼마켓 등 소형 소매점의 경우에는 미국산 계란이 나름대로 매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떨어지는 동네 슈퍼의 경우 물량 확보도 어려울뿐더러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훨씬 비싸므로 개당 300원 안팎의 수입 계란이 경쟁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계란의 유통기한이 통상 30일 남짓이란 점을 고려할 때 수입·통관 과정에서 이미 보름 안팎의 시일이 소요되는 수입 계란의 경우 아무래도 국산보다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 품질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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