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보험업계에선 대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버티던 3대 생명보험사가 하나둘 '백기(白旗)'를 들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에 2011년 이후 청구가 들어온 건에 대해서는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교보생명이 지급 결정한 액수(200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화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 대상을 2011년 1월 24일 이후 보험금 청구자로 특정한 것은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이때부터 보험사들에 기초서류(약관) 준수 의무가 지워졌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고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우 금감원이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법제화됐다.

금감원은 삼성·교보·한화 등 3대 생명보험사가 약관에 명시한 대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았다며 '기초서류 준수 위반'으로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금감원이 현장검사 등 제재 절차에 들어가자 다른 생보사들은 모두 떠밀리듯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는데, 3대 생보사는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들어 버티고 있었다.

기류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해 11월 말이다.

금감원이 최소 일부 영업정지와 대표이사(CEO) 문책경고에서 최대 보험업 인허가 취소까지의 중징계를 하겠다는 제재를 예고하자 교보생명이 먼저 2011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 20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삼성생명도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지급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소명서에 넣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3대 생명보험사가 모두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하더라도 전체 지급액은 미지급 보험금의 20%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미지급 보험금은 1천608억원, 교보생명은 1천134억원, 한화생명은 1천50억원 가량이다. 모두 합쳐 3천800억원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했더라도 전체 미지급 액수에서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고 제재 수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보험사들이 속속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겠다는 추가 의견을 내면서 제재 수위 확정도 이달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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