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부터 신 회계기준 도입까지…저축성보험은 내리막길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2016년 생명보험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지난 몇 년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살보험금 문제부터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오는 2021년 신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 필요성과 이에 따른 저축성보험 쇠락 등. 특히 외국계 생보사들의 전선 이탈과 이로 인한 인수합병으로 추후 업계 지형 변화까지 예고됐다. 올 한해 생보업계의 주요 이슈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 자살보험금 지리멸렬 ‘기 싸움’ 금융당국 ‘승리’
2016년 생보업계의 최대 이슈는 자살보험금 문제였다. 약관 한 줄에서 비롯된 자살보험금 논란은 대부분의 생보사가 ‘완전 지급’을 결정, 지리멸렬한 ‘기 싸움’이 금융당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다만 자살보험금 논란의 핵심 쟁점인 소멸시효 완료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의 ‘망설임’으로 인해, 사태 ‘완전 종결’은 해를 넘기게 된 상황이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름과 동시에 ‘자살보험금 완전 지급’을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지난 5월 대법원이 소멸시효 완료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생보업계는 법적 ‘방패’를 얻었지만 금감원의 소멸시효 완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에 대해 영업 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예고함에 따라 대다수 생보사들이 전액 지급으로 선회했다.

현재 소멸시효 완료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 한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으로 이들의 입장 정리와 이에 따른 징계 수위는 내년 초 일단락 될 예정이다.

◇ IFRS17 2021년 도입 확정, “이제 피할 길 없다”
IFRS(국제회계기준)17의 도입이 2021년으로 확정됐다. 새 회계기준은 보험사 부채의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하는 만큼 보험사의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의 이차역마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 회계기준이 도입될 경우 과거 확정고금리 상품 판매로 몸집을 불려온 생보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일부 생보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하락, 폐업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퍼져나갔다.

이에 생보업계는 IFRS17의 도입 시기 연기와 회계 기준 완화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요청했다.

적극적 설득으로 인해 IASB는 지난달 17일 핵심 사안인 부채 평가 방식을 다소 완화한 새 회계기준의 내용을 발표했다.

과거 계약에 대해 소급 추정이 불가능한 경우 공정가치를 이용해 계약마진을 측정하기로 한 것. 다만 당초 업계가 요청했던 새 회계기준 도입 시기 5년 연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생보업계의 자본확충 규모는 4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으로 주어진 3년 6개월 안에 작업을 마무리 해야만 한다.

현재 대다수 생보사들이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자본확충에 나선 상황이지만 일부 생보사는 방향 설정도 제대로 끝내지 못 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회계기준의 완화로 자본확충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이라면서도 “새 회계기준의 시장 적용까지 준비 기간이 3년 6개월이 있다고 하지만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의 경우 자본확충 방안은 한정돼 있는 만큼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6년 저축성보험 내리막 길, “먹거리 계속 줄어드네…”
올 한해 저축성보험의 그야말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판매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던 가운데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그 위상에 큰 흠집이 났다. 여기에 최근 관련 법률 개정까지 겹쳐 상품의 경쟁력까지 반 토막 났다.

IFRS17 도입 시 저축성보험 판매는 더 이상 수익이 아닌 손실로 잡히므로 판매 의의가 대폭 축소된다. 즉, 저축성보험은 이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까지 저축성보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험료 납입을 다 했어도 납입 원금 이상의 돈을 받으려면 만기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납입 기간이 7년 이하인 보험은 납입이 끝나는 시점부터, 7년 이상인 보험은 7년이 되는 시점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 권익 강화 감독규정을 개정했으나, 이로 인해 저축성보험의 판매 감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공시이율 하락으로 원금 보장도 힘든 상황으로 결국 사업비 축소밖에는 방법이 없으나 이는 역마진 발생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비 감소에 따른 보험설계사 수수료 감소 현상이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를 부채질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설상가상 국회에서 발의된 소득세법 개정으로 장기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 축소로 인해 판매 유인이 반 토막 나게 됐다.

장기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 생보사와 보험설계사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험설계사들은 시장 경기 침체로 인해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던 가운데 관련법 개정에 반발,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 생보 인수합병 시장 흥행 실패했지만 업계 지형 변화는 확실
저금리 기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해 외국계 생보사들이 전선 이탈과 이에 따른 인수합병 역시 주요 이슈였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국내계 일부 생보사 역시 매물로 나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생보업계의 인수합병 시장 흥행은 불발로 그쳤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은 매각에 성공했으나, ING생명과 KDB생명은 후일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경영난에 시달리던 알리안츠생명은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됐다. PCA생명은 미래에셋생명에 3,000억원에 매각됐다. ING생명과 KDB생명은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흥행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지만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등 두 외국계 생보사 매각으로 인해 생보업계 순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여름께 합병을 추진할 미래에셋생명은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자산 규모 27조9,000억원의 미래에셋생명은 자산 5조3,000억원의 PCA생명을 인수함에 따라 자산 31조5,000억원의 ING생명을 제치는 데 성공, 일시적으로 5위 상승을 예약해 놓은 상황이다.

다만 미래에셋생명의 5위 입성 및 유지는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 의지에 달려있다.

앞서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바 있는 중국 안방보험은 올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생보업계는 안방보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26조3,123억원이며 알리안츠생명은 16조8,643억원으로 두 생보사가 합병할 경우 자산 규모는 43조1,766억원으로 늘어난다. 5위 자리를 예고한 미래에셋생명과의 자산 격차는 약 10조원이다.

여기에 현재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ING생명과 KDB생명이 매각되면 그 인수 주체에 따른 생보업계 순위가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매각이 불발된 생보사를 인수 주체가 어디인지에 따라 또다시 업계 순위가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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