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200억원 지급 결정…미지급 보험금의 15∼20% 수준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교보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 결정이 징계 수위를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교보생명이 지급을 결정한 자살보험금 규모가 미지급 보험금의 15∼20%에 그쳐 소비자 피해 구제에 미흡한 수준이며, 고객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자살보험금 지급 대상을 2011년 1월 24일 이후 보험금 청구자로 특정한 것은 금감원이 법 위반 사실로 적시한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관련 규정이 이때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약관에 명시한 대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은 3대 생명보험사에 영업 일부 정지와 인허가 등록 취소,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를 예고하자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문제는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 규모가 200억원 안팎에 그친다는 점이다. 2011년 1월 이전 청구분을 포함한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1천134억원)의 15∼20%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일부 지급을 결정했더라도 전체 미지급 액수에서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고, 제재 수위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간 "보험사의 소비자 피해 구제 정도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며 미지급 보험금 지급을 강조해왔다.

뒤늦게라도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보험사들에는 100만∼700만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징계를 내렸다.

보험금 일부 지급을 둘러싸고 고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2011년 1월 24일에 청구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1월 23일에 청구한 사람은 받을 수 없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들의 소명서를 받았지만, 추가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이 시간을 더 갖고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소명서에 담아 제출했다.

이에 따라 3대 생보사에 대한 제재는 해를 넘기는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됐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년 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보험사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의 약관 오류로 인한 책임은 보험사들이 져야 한다"며 "이번 자살보험금 문제가 보험업계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시금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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