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많이 드는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건보재정 '줄줄'

[보험매일=이흔 기자] 국민 3천만명 이상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포함한 전체 의료비 증가를 부추긴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됐다.

신영전 한양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관옥 한양대 건강과사회연구소 연구원(박사후과정) 등은 2012∼2014년 한국의료패널 연간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실손보험에 새로 가입한 사람의 연간 총 의료비가 가입하지 않은 사람보다 약 64만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구성된 건강보험 재정도 민영 보험인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더 많이 쓰였다. 실손보험 신규가입자에게 더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약 31만원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건강이 미가입자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소득, 건강 등 외부 요인을 모두 배제하고 통계적인 분석을 거친 결과에서도 실손의료보험이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뿐 아니라 교통비(간병비 포함), 약값, 건강보험 부담금, 본인부담금 등의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까지 보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국민 3천150만명 이상이 가입(2015년 기준)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이 비급여 의료비를 포함한 병원비를 보장하자 병원들은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진료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 환자들에게 비급여 진료를 권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려고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이 확산하면서 비급여 진료 비중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0년 62.7%,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 2014년 63.2% 등으로 정체하고 있다.

이 연구 내용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차 한국의료패널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 학술대회는 한국의료패널을 활용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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