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금융지주회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중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고객정보의 범위와 지주사-계열사 간 임원 겸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지주사 임원, 전문가 등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지주회사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안에 한국금융연구원이 주관하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후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는 2000년 11월 도입 이후 16년이 지난 금융지주사 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지주사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차원이다.

국내 은행 7곳(KB·신한·하나·NH농협·JB·DGB·BNK)이 시너지 창출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지만 낮은 수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시장 진출 성과도 미미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지주는 강력한 위상과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들을 끌고 나가는데, 국내 금융지주는 '옥상옥'처럼 존재한다는 비판도 있다.

국내 금융지주의 본질적 문제는 은행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서 시작된다.
당기순이익의 80∼90%를 은행에 의존하는 구조에선 지주사 회장이 은행 실적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은행 중심으로만 경영 전략을 짜다 보니 증권·카드사 등 다른 계열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힘없는 지주와 그룹의 핵심인 은행의 갈등이 수뇌부의 권력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2014년의 'KB 사태'가 대표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모회사인 금융지주가 자회사들을 조화롭게 총괄하는 것이 금융지주제도의 기본적 취지"라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자회사끼리 관계가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 '큰 형님'인 은행과 덩치가 한참 작은 아우들인 증권·보험·자산운용·카드사 간 수직관계가 있어 시너지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방안의 핵심은 겸직 활성화와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확대다.
예를 들어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 등 계열사 사장을 함께 맡게 해 지주사가 계열사들을 이끌고 가는 견인차 구실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계열사 인사·조직에 대한 지주사의 통합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계열사 사이 고객정보 공유와 상품 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보공유 규제도 일정 부분 풀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 정보유출 사고 이후 지주사 내 계열사들의 정보공유가 원칙적으로 차단되면서 지주회사 역할이 제한된 측면이 있어서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은행이든, 증권사든 원하는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으면 편리하다"며 "막혀 있는 정보공유 규제를 풀어 소비자가 복합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별 업권 중심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체계 개편도 검토된다. 권역별 감독을 금융그룹 통합 감독으로 전환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헤드(head)로서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나 약하다"며 "지주회사 제도를 통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한 외국 사례 등을 연구해 규제 체계와 운영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금도 지주사 통제가 지나치게 세다는 의견이 있는 데다 계열사 정보공유를 확대하면 제2의 정보유출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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