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위아람 기자] 실손의료보험만큼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것이 없다.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3,265만건의 보유계약건수를 기록한 실손의료보험은 의료계와 보험업계 그리고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상승한다면 국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비급여가 문제라면 의료계가 반발한다. 실손보험 단독형 판매가 거론되자 보험업계가 이번에는 눈을 치켜뜬다.

최근 있은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는 자료집이 모자랄 정도로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보험업계는 물론 언론사 취재진들이 프레스석을 가득 메워 따로 의자를 놓아야 할 정도였다.

이날 공청회에서 드러났듯이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 중 보험금을 타간 사람은 23.2%에 불과한데 상위 10% 보험금 청구자가 전체 보험금 중 절반 이상을 타가고, 또 이들이 사실상 보험료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 지경이다 보니 선량한 나머지 80%의 가입자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억울한 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일부 비양심적인 의료기관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의료계 종사자들의 비급여 의료행위가 마치 ‘악의 축’인 것처럼 호도된다는 것이다.

공청회에서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비급여 진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치료법으로 보건의료연구원 등에서 검토한 사항”이라며 “비급여 수가를 표준화하자는 주장은 보험사의 순수익률을 표준화하자는 것”이라 주장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공급자 단체(의료업계)에서 패널로 참여한 사람이 한명 뿐이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보험업계도 할 말은 있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본부장은 “손해율이 높은데 누가 단독형 실손보험을 팔겠느냐”며 “보험사는 언더라이팅을 강화해 보험 가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02.3%인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00%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가장 중요한 주체는 국민이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환자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할 것”이라며 “진료비 명세서를 더 세분화해 환자들이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이 민영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의료수가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독일의 경우에는 의료행위 난이도가 평균 이상 적용될 경우 환자에게 서명을 받고 고난도 선진 의료 행위를 할 때는 환자 동의를 넘어 보험회사와 합의하도록 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영리 병원에 가도 진료비를 접수처에 모두 공개해 놓는다는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환자 입장에서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말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번 공청회에서도 공급자 단체에서 온 패널이 한 명이라면, 환자 입장에서 참여한 패널은 한 명도 없었다.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실손의료보험의 개혁안이 공청회를 통해서 나오게 될지 앞으로도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지도에는 자기 꼬리를 입에 문 모습의 뱀 ‘우로보로스’가 그려져 있곤 했다. 무한을 의미하는 상징적 존재인 ‘우로보로스’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보험업계, 의료계, 보건복지부를 둘러싼 실손의료보험 갈등을 연상케 한다.

의료업계, 보험업계, 정부가 서로의 꼬리를 물지 않고 현명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같이 거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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